[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공연은 어렵다. 공연을 해본 사람은 안다. 관객 앞에 서기까지 느리고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난이라는 특별한 경험도 따라붙는다. 공연을 펼치는 순간은 짜릿하다. 그런 면에서 바쁜 어제를 잇는 똑같은 회사 생활이 직선이라면, 공연은 창작과 낯선 사람을 재료 삼아 무수한 곡선을 펼쳐낸다. 한편 턴테이블을 굴리는 손에서, 선율과 선율로 이어낸 음악에서, 음악과 함께 정처 없이 뛰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불구불한 곡선을 발견해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창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DJ동호회 ‘스포트라이트’다.

▲ 삼성전자 DJ동호회 ‘스포트라이트’가 12월 8일 서울 해화동 한 공연장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스포트라이트의 역사는 2015년 봄부터다. 1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시작했다. 이제는 80명이 넘는 대규모 동호회가 됐다. 규모가 커지면서 서울부터 수원까지 지역마다 동호인이 생겨났다. 규모는 다양한 공연 활동을 펼치면서 더욱 커졌다. 스포트라이트는 어울림 축제 공연 참여와 사내 방송과 라이브 기사 출연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서 DJ동호회라고 하면 스포트라이트로 인식할 정도로 회사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덕분에 홍보하지 않아도 신입회원들의 발이 끊이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는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곳이다. 동호회가 회원들에게 꾸준히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공연은 마약과 같다. 공연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다. 특히 디제잉은 진입장벽을 어느 정도 넘으면 본격적으로 즐기기가 수월하다. 장비만 갖춘다면 취미활동으로도 좋다. 게다가 기획부터 파티 진행까지 직접 하다 보니 보람은 다른 동호회보다 배가 된다. 그만큼 빠지기도 쉽다. 일부 동호회 회원은 직접 노래를 리믹스하고 공연에 쓰는 열정도 보인다.

스포트라이트는 한 달에 한 번 파티를 열겠다는 다짐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발로 뛴 결과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외부 파티기획팀에서 스포트라이트에 협업을 요청하기도 한다. 다른 회사 내에서 디제잉이 필요한 상황에도 스포트라이트에 꾸준한 섭외 요청이 들어온다. 최근에는 파티와 행사를 대표하는 동호회로, 실제 동호회 자체적으로 주최하고 기획하는 파티까지 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회장인 삼성전자 VD사업부 김효진 연구원은 “원활한 사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해주는 동호회 문화센터에서 사내 또는 사외 지역 행사 등에 DJ가 필요하면 스포트라이트를 추천해주실 정도로 동호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평소 힙합 음악을 좋아하던 김효진 연구원은 관련 동호회를 찾다가 주저 없이 스포트라이트에 발을 들였다. 전자음악(EDM)을 즐기는 정재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연구원도 이곳에서 음악을 켜고 있다. 그는 동호회 부회장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상당히 체계적이다. 동호회 규모가 큰 편이지만 문화나 회칙을 정해 원활하게 돌아간다. 심지어 공정한 운영진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 위원회도 있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동호회인 만큼 기존회원들의 신입회원 챙기기도 남다르다. 김효진 연구원은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는 취미다 보니 기존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디제잉 기초강의를 진행한다”면서 “보다 쉽게 디제잉을 배우고 접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DJ동호회 ‘스포트라이트’의 한 동호인이 12월 8일 서울 해화동 한 공연장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

동호회는 크게 3팀으로 나뉜다. 각 팀은 팀장과 부팀장으로 운영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섬세하게 챙기기 위해서다. 각 팀에서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실제 많은 신입 회원들이 무대에 설 수 있을 때까지 멘토의 도움을 받는다. 동호회 회원 실력이 상향평준화를 이루는 이유다.

정재훈 연구원은 “동호회 회원 하나하나 실력이 모두 대단하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고 실력 또한 출중하다. 동호회가 꾸준히 회원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이에 상관없이 음악을 원체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스포트라이트”라면서 “분위기 자체가 쾌활하면서도 음악이란 목표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쌓은 실력은 뜻 깊게 쓴다. 스포트라이트는 수원 종합 장애인 복지관과 호매실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 정기적으로 출동한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고 조명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돋운다. 김 연구원은 “장애인 친구들이 음악을 듣고 신나게 춤을 추면 진심으로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면서 “그 어떤 파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뿌듯함을 매번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호회에서 만난 직원들은 교류가 활발하다. 스포트라이트 파티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동호회에서 맺어진 관계는 직장에서 다른 분야 업무까지 배우는 단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는 임직원의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동호회 문화센터가 있다. 사업장 내에 센트럴파크라는 큰 규모 지하 건물이 있다. 이곳에 다양한 동호회실이 있다. 일괄적인 형태의 방이 아닌 동아리 성격에 맞는 장소로 구성돼 있다. 음악 동호회는 방음시설이 잘되어 있는 식이다. 3면이 거울로 된 댄스실이 있는가 하면 바닥에 매트가 깔린 유도장도 있다. 이 공간은 당연히 무료다. 스포트라이트도 이곳에 연습장소를 두고 있다.

회사는 동호회 내 강사가 필요하면 강사지원금, 공연 공간이 필요하면 공간지원금 등을 지원해준다. 각 임직원이 회비를 모아 소소히 운영하는 동호회에 큰 도움이 된다. 김효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사내 동아리가 수백개에 이른다”면서 “다양한 복지가 지원돼 웬만한 취미활동들은 사내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오늘도 연습실로 향한다. 일과를 마치고 선후배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연습실로 향한다. 선율에 집중하고 턴테이블을 돌린다. 연습에 몰두하며 멍하니 스트레스를 흘려보낸다. 하루의 성취감도 함께 보내주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 삼성전자 DJ동호회 ‘스포트라이트’가 12월 8일 서울 해화동 한 공연장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임형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