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전통 카메라를 향한 스마트폰 카메라의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일상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졌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카메라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 있는데 야간 촬영, 광각·줌 촬영, 아웃포커싱 등이다. 그런데 이런 영역까지 스마트폰이 카메라의 퍼포먼스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AI(인공지능)와 멀티 렌즈 등의 도입이 그 예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를 비교할만한 요소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휴대성, 화질, 화각이다. 휴대성은 이견 없이 스마트폰의 압승이다. 스마트폰은 ‘원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다. 이 부분은 카메라가 아무리 휴대성이 좋아져도 우위를 가질 방법이 없어 보인다. 

▲ 카메라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화질≠화소… 중요한 건 센서 크기

화질은 기본적으로는 일반 카메라가 우위라고 할 수 있다. 화소만 비교해보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는 카메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기도 하다. 그러나 화소와 화질은 같은 말이 아니다. 화소란 센서에 들어가는 픽셀(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개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2400만 화소의 센서에는 가로 6000개, 세로 4000개의 픽셀이 박혀있는 셈이다. 

화소는 화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높은 화소를 탑재했더라도 센서와 렌즈 등의 성능이 따라가지 못하면 화질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화질이란 화상의 질을 말하며 사진의 경우 노이즈가 적고, 디테일하고, 선명한 사진을 화질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센서는 클수록 카메라가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 사진은 빛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빛을 많이 확보할수록 화질이 좋은 사진을 얻는 데 유리하다. 구형 핸드폰 카메라로도 햇볕이 쨍쨍한 날에 야외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일반 카메라는 센서 크기에 많은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센서 사이즈는 보통 1/3.2(0.31인치)과 1/2.3(0.43인치) 사이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에는 주로 1인치 센서가 탑재된다. 후지필름의 X100F처럼 중급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되는 APS-C 센서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아래 사진으로보면 큰 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카메라 센서 크기 비교. 출처=NEW ATLAS
▲ LG V40 모습. 후면에 렌즈3개, 전면에 렌즈 2개가 탑재된 모습이 보인다. 출처=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카메라와 다른 방법으로 한계 타파하려는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는 센서가 작아 화질과 구현 가능한 효과 등에 한계가 있는 점을 AI 기능과 멀티 렌즈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후면 듀얼 카메라 탑재를 시작으로 최근엔 전면에 두 개, 후면에 세 개의 렌즈가 달린 펜타 카메라까지 나왔다. 

렌즈를 여러 개 탑재하면 일반 카메라만이 찍을 수 있다고 생각되던 영역의 사진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아웃포커싱 기능은 대표적인 예다. 아웃포커싱이란 찍으려는 피사체 이외에 뒷배경을 흐리게 만들어 강조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큰 센서와 낮은 조리갯값의 렌즈를 가진 카메라일수록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듀얼 렌즈의 경우 카메라와는 다른 원리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두 개의 렌즈로 한 번에 두 장의 사진을 찍고 초점이 맞은 부위 외에는 인위적으로 배경을 흐리게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사진 두 장을 합성해서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찍은 사진보다 사진의 용량이 약 두 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피사체와 배경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해 결과물에 이질감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화각에서 촬영이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출시한 LG V40는 후면에 광각, 표준, 줌 구성으로 렌즈를 3개 탑재했다. 하나의 렌즈로도 화면을 확대해서 찍을 수는 있지만 그건 광학 줌이 아닌 디지털 줌이기 때문에 화질이 감소한다. 그렇지만 애초에 특정 화각을 찍을 수 있는 렌즈를 이용하면 화질 손실 없이 가깝거나 넓게 찍을 수 있는 것이다. 

LG V40의 펜타 카메라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멀티 렌즈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후면에 렌즈 4개가 달린 갤럭시 A9을 출시했다. 렌즈는 메인, 망원, 초광각, 심도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제조사 간 카메라 품질 경쟁이 격화되며 스마트폰에 달린 렌즈 개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렌즈의 개수가 사진 품질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적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AI를 통해 사진을 가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것이다. 지난 10월 해외에 출시된 구글의 픽셀3는 카메라의 AI 기능을 내세웠다.

대표적인 기능이 ‘탑 샷(Top Shot)’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골라준다. 사람의 표정과 시선 등을 비교해서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원리다.

어두운 환경에서 사진을 밝게 구현하는 ‘나이트 사이트(Night Sight)’도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이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를 켜면 자동으로 감지하고 사용자에게 나이트 사이트 모드를 제안한다. 

한마디로 막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게 해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전통 카메라와 비교되는 건 줌기능이다. 아직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격차가 큰 영역이다. 스마트폰에도 망원렌즈를 탑재했다지만 화질 손실 없이 두 배 정도 당겨찍을 수 있는 수준이다. 렌즈교환식이 아닌 콤팩트 카메라 제품군에서도 적게는 8배에서 크게는 수백배의 망원줌이 가능한 카메라들이 있다. 니콘의 P1000, 캐논의 파워샷 SX740 HS 등이 그 예다. 다만 이런 고배율 콤팩트 카메라들은 대체로 센서가 1인치 이하로 작은 특징이 있다. 

피사체를 당겨찍는 것에 대한 수요는 꽤 높다. 카메라 업계에서도 줌 기능처럼 눈에 보이는 우위를 갖는 제품들은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잘 팔린다는 말이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넘볼 수 없는 기능이 들어간 카메라가 잘 팔린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