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멍완저우 화웨이 CTO 체포 및 보석을 둘러싸고 미중 무역전쟁이 외교갈등으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행운을 누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블룸버그를 비롯한 일부 외신은 13일 화웨이의 위기가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플랜B가 필요한 삼성전자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기세등등’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은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매출이 277억5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197억8900만달러보다 40.2% 증가했으며 삼성전자는 43.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161억4100만달러의 점유율을 기록해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72%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도 3분기 40.8%의 점유율을 기록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성전자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 중 반도체에서만 매출 22조77억원, 영업이익 13조65억원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42억달러를 반도체 시설투자에 투자하는 한편, 경기도 화성에 EUV라인과 평택에 2개 메모리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한 상태다. 화성은 2019년 완공 계획이며 60억달러를 투자한다. 평택도 2019년 완공 계획이며 시안은 총 70억달러를 투입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플랜B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로드맵은 파운드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International Electronic Devices Meeting)'에 참석해 “향후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를 위탁 제조하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 고객 요청에 따라 디자인 서비스부터 패키지 테스트까지 협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플랜B의 최대 복병 ‘화웨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플랜B가 절실한 상태에서, 당장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스마트폰이다.

문제는 갤럭시 신화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화웨이, 애플, 샤오미가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지만 점유율 하락세가 뚜렷한 반면, 나머지 제조사들은 탄탄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22.3%의 점유율이었으나 올해 3분기 18.9%로 하락하며 주춤했다.

삼성전자가 성장동력을 일부 상실하는 사이,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9.5%에서 올해 3분기 13.4%로 크게 상승했다. 중저가 라인업부터 프리미엄 라인업까지 튼튼하게 키우는 한편 전반적인 점유율 경쟁에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G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화웨이와 삼성전자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지만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부동의 1위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22%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아직 5위권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 영역이 화웨이와 겹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외 전략을 가동할 경우 그와 비례해 화웨이와 ‘충돌면적’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삼성 기회 얻을까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반도체 외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화웨이가 수세에 몰리자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의 어려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CFO를 전격 체포한 바 있다. 멍 CFO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 때리기’는 점점 심해지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반격이라는 대목이 중요하다. 특히 화웨이가 절대우위를 보이는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5G라는 차세대 네트워크 경쟁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미국은 5G 패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5G 시대를 맞아 자국 경쟁력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5G 국유화 가능성까지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IT 마체 악시노스는 올해 초 미국 국가안보회의 문건을 단독보도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5G를 국영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G 통신망을 하나로 모으고 그 비용을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방안이 골자다.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 5G 정국에서 중국의 비상을 허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전무하다. 당연히 견제로 이어지며, ZTE와 화웨이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화웨이가 수세에 몰리면,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미국 대형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 대신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물론 샤오미도 북미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 상품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은 노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 반대급부로 삼성전자의 장비와 상품을 채택하는 사례도 많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