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산의 환타지, 45.5×53.0㎝ oil on canvas. 1995

이제가지 해왔던 진부하다고 말하기 쉬운 아카데믹한 표현 방법을 쇄신하려고 결심한데서 비롯된 시각인지(視覺認知)다.

“선진미술시장을 빈번히 오가면서 번뇌에 얽혀 있을 때, 하루는 알래스카를 경유하면서 태양에 불타오르는 경관을 보고 탄성을 울린 일이 있지요.” 서양화가 최예태(CHOI YE TAE)의 눈동자는 작품의 강렬한 색만큼이나 불타올랐다.

▲ 노란 장미, water on paper, 1996

붉게 물든 건물, 마치 석탄덩어리처럼 검은 산이며, 검고 푸른 깊은 산의 능선이 물결처럼 첩첩이 쌓인 먼 산 넘어 고산준령의 흰 모자를 쓴 듯이 눈부시게 번쩍이는 만년설, 사물을 붉게 물들인 노을, 검은 산, 흰 눈 쌓인 준령, 울창한 푸른 숲.

그리고 코발트빛 하늘이 때로는 붉은 하늘로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를 조망하면서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 색의 하모니, 그것은 인간이 연출할 수 없는, 묘사할 수 없는 색의 컴포지션(composition)이었다고 그때의 감구지회(感舊之懷)를 회상했다.

▲ 만추의 이미지, 50.0×60.6㎝ oil on canvas, 1996

알래스카 인상(印象)에서 회화의 변신을 꾀하면서, 엄격한 규율과 조화로 이루어진 자연의 섭리야말로 구상회화에 있어서 지켜야 할 그리고 파악되고 탐구되어야할 과제를 찾아냈다.

그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그는(최예태 화백) 남다른 학구열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수채화와 조형미술에 대해 새롭게 공부했다. 그것이 한국적인 구상미술에서 한층 벗어나 새로운 회화로 발돋움하게 된 동기였던 것이다.

△글=박명인(朴明仁)/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