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오늘은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든다. 특별하게 화려한 손놀림이 필요하지 않지만 어느 것 하나 무심할 수는 없다. 치밀히 분석해 고른 각종 생화 잎을 손에 뭉친다. 생화를 하나, 둘 얹고 조합한다. 머리가 비워진다. 업무에 짓눌린 압박감. 퇴근 전 마감의 초조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들이 하나둘 떠나간다. 곧장 어린 시절 소꿉놀이가 떠오른다. 생화를 두르지 않은 리스테는 비워진 와인 병처럼 심심했지만, 사람들은 와인 한 병을 거뜬히 비운 것처럼 웃음이 만면에 흥건히 비쳐 보기 좋다. 다 만들고 보니, 오래오래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이가 돈독해진 친구도 여럿 생겼다. 이곳은 금요일 밤, 롯데홈쇼핑 ‘원데이클래스’다.

▲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열린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문화강좌 룸에서 한 직원이 리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롯데홈쇼핑 원데이클래스는 일반 직장 동호회와 다르다. 전 직원들이 선호와 선택에 따라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롯데홈쇼핑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올해 10월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DIY(Do It Yourself) 형태로 매월 1~2회 걸쳐 프로그램이 열린다. 매 클래스마다 30명을 접수받아 진행한다. 접수는 클래스 진행 1주일 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받는다. 원데이클래스는 접수 시작부터 참여 열기가 만만치 않다. 클래스 공지 후 1분이 채 지나기 전 조기마감된다.

롯데홈쇼핑 직원들은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매달 새로운 주제에 도전한다. 주제는 롯데홈쇼핑 직원들 투표로 결정된다. 사전에 직원들이 원하는 클래스 조사가 마무리되면 외부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작은 여권지갑을 만드는 가죽공예부터였다. 이후 수제맥주, 도마, 영국식 수제청(코디얼), 크리스마스 리스, 크리스마스 테라리움 등 다양한 것을 만들었다. 수제맥주 만들기는 남성 참여자들이 적극 지원해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열린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문화강좌 룸에서 한 직원이 리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은선 롯데홈쇼핑 방송심의팀 사원은 “남편이 맥주를 좋아해서 참여하고 싶었지만 신청을 깜빡하고 놓쳤는데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맥주공장에서 체험하거나 와이너리 등에서 와인 시식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회사에서 직접 수제맥주를 만들 기회가 생겨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수제맥주 만들기는 다음에도 꼭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선 사원은 최근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에 지원해 참여했다. SNS에 자신의 작품을 뽐내기 위해서다. 이 사원은 “막상 리스를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어려워서 당황했다”면서 “그래도 동료들과 서로 머리를 굴리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SNS 올리기도 성공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 사원은 또 “평소 직장동료들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은데, 원데이클래스에서 동료들과 속이 꽉 찬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고 답했다.

▲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열린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문화강좌 룸에서 한 직원이 리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 사원과 리스 만들기에 참여한 서강원 롯데홈쇼핑 모바일전략팀 사원은 “동기의 소개와 권유로 처음 참여했다”면서 “막상 해보니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외부 클래스는 조사부터 참여하는 시간 조정, 비용까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서강원 사원은 “원데이클래스는 무엇보다 사내에서 일과 후 진행하는 수업이라 색다르다”면서 “또 매번 다르고 다양한 소재들로 이루어져 다음 원데이클래스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만난 직원들은 꾸준히 교류한다.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한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업무 외 시간에 원데이클래스에서 만난 동료들은 곧장 현장에서 다시 만난다”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어울린 동료들과 협업을 하게 되면 효율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데이클래스를 기획한 박선영 롯데홈쇼핑 조직문화혁신팀 팀장은 “바쁜 일상 속 취미생활을 즐기기 어렵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다. 이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여가에 투자했다”면서 “직원들은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취미를 즐기게 됐다.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생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문화강좌 룸에서 한 직원이 리스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도 원데이클래스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문화강좌를 위한 전용 공간까지 개설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덕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회사 내부에 문화강좌 룸이 있다 보니 별도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은 편하게 원데이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 회사에서 비용도 대부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은 재료비만 내면 된다.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는 금요일은 1시간 조기 퇴근하는 날이다. 자녀가 있는 직원도 여유롭게 취미에 빠져들 수 있다.

원데이클래스에서 특정 활동에 재미를 느끼고 취미생활로 이어가는 직원도 있다. 회사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은 것이다. 원데이클래스가 활동 장소를 가득 메울 만큼 인기가 남다른 이유기도 하다. 롯데홈쇼핑은 추후 캘리그라피, 메이크업, 플라워 수업, 티포원, 네온사인, 드림캐처 만들기 등을 원데이클래스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그들의 다음 도전은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 원데이클래스가 열린 7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홈쇼핑 문화강좌 룸에서 롯데홈쇼핑 직원들이 리스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