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두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으나,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여당의 중재안이 등장하는 한편 기존 택시업계 서비스를 두고 일반 시민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택시기사 최모씨의 죽음으로 택시업계는 조만간 10만 명 집회를 예고하는 등 카풀 반대 동력에 힘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연이은 돌출행동에 대한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 최 모씨의 분향소가 설치됐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분향소 마련...싸늘한 민심
13일 현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최 모씨의 분향소가 설치됐다. 12일 여야 정치인 등이 조문을 했으며,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반대가 관철되기 전까지 무기한 분향소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최모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하다. 현장에서 만난 구 모씨(48)는 "택시기사의 죽음을 보면서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택시가 상습적인 승차거부로 불편을 주고, 간혹 젊은 여자들이 탑승하면 반말부터 하는 등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심지어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람도 근처에 있다. 한 사람의 죽음에는 애도를 표하지만 카풀의 도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출장을 왔다가 현장을 지나던 정 모씨(32)는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한 사람의 죽음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전체 택시업계가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택시업계가 카풀 도입을 지지하는 여론의 힘에 밀려 수세에 몰렸다가 한 택시기사의 죽음을 계기로 묻지마 공세에 나서는 것은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은 카풀보다는 고질적인 사납금 문제 등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택시기사들을 내세워 카풀 반대를 관철시키려는 택시회사들이 (분신한 최 모씨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12일 낮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다녀갔지만, 오후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다소 썰렁해졌다. 12일 퇴근시간 '선봉대'라는 글자가 박힌 조끼를 입은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분향소를 지키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은 거의 없었다.

분향소 주변에 모인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지하철 역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워 이를 피하는 시민들은 많았다. 택시업계는 지난 대규모 광화문 집회 당시에도 금연지역인 광장 인근에서 무단으로 담배를 피워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몇몇 시민이 인근 경찰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경찰은 "어쩔 수 없다"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12일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역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택시업계 관계자들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8살 아이의 아버지라는 근처 금융업체 소속 정 모(38세)씨는 "분향소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데, 제발 지하철 역 입구인 금연지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참아줬으면 한다"면서 "이러니 택시업계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 분향소 인근의 흡연 현장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연이은 돌출행동, 커지는 10만 명 집회 우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논란이 격렬해지며 일부 돌출행동도 많아지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국회 폭파 협박 해프닝이다.

12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한 공원에서 "특수부대 출신을 동원해 국회를 폭파하겠다"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발견했다. 메모에는 "일 낼 사람입니다"라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피나는 훈련을 겪어온 전우고, 누구보다 힘든 특수부대 전우"라고 적혀있다. 이어 "(국회앞에) 특수부대 전역자 결집추진체 2700명 결집이 예상"이라면서 "국회 파괴, TNT 보유"라는 글도 있었다.

메모에는 10일 분신한 택시기사 최 모씨를 언급한 글이 있었고, 이에 경찰은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해 수사에 나섰다. 결론은 해프닝이다. 메모를 작성한 사람은 최 모씨와 안면이 없었고, 공수부대 출신이지만 특수임무를 맡는 부사관 출신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술을 마시다 갑자기 격분해 메모를 남겼고 범죄 의사도 없었다. 택시업계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기 위해 국회 폭파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국회 앞에서 열릴 10만 명 집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모 씨의 죽음으로 감정이 격해진 택시기사 일부가 돌출행동을 벌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분향소 근처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정부여당 중재안..."방점은 택시기사 처우 개선에 찍혀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한 중재안도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을지로위원회)을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13일 택시 사납금제를 폐지하기 위한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법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택시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납금 제도를 손보며, 시기사의 근로시간을 미터기 등 운행정보 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실제 근로시간에 기반하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택시기사 월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여당은 카풀 서비스를 하루 2회로 제한하는 한편, 택시기사가 관광 가이드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처음 내걸었던 슬로건은 교통질서 확립과 승객 안전이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범죄 사실과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이 제기되며 언제부턴가 '생존권 보장'으로 슬로건은 변경됐다. 그러자 정부여당은 카카오 카풀을 시민의 이동 수단 다양화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사납금 제도 등을 개선하겠다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중재안을 거부하며 여전히 카카오 카풀 반대만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거부하는 택시업계의 행보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카풀이 등장하기 전부터 택시기사들의 처우에는 문제가 많았다. 여기서 카카오 카풀이 등장하면 택시기사들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택시업계의 논리다.

정부여당 중재안은 카카오 카풀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엄격히 제안하고, 택시업계에도 기사 처우개선이라는 이득을 안겨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세금이 일부 투입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택시업계가 반대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택시업계가 자기들에게 충분히 유리한 점이 많고, 지금까지 주장하던 기사 처우개선도 해주겠다는데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택시업계의 복잡한 내부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만약 택시비가 인상되면 사납금도 같이 오른다. 그런 이유로 택시기사가 아닌 택시회사만 돈을 버는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카풀의 파괴력 자체에 의문부호가 달리는데, 택시업계가 기사의 처우개선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결국 택시회사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택시회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카카오 카풀 반대를 외치며 최대한 얻어낼 것을 얻어내는 것이고, 기존 사납금 제도를 지키며 여전히 기사들을 착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