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누구나 주말을 어딘가에 반납한다. 연인을 위해 시간을 내놓는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기도 한다. 또 업무에 치여 주말을 보내기도 한다. 휴식으로 가득 채우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에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 댄스&뮤지컬 동호회 ‘캔스웰(CANCEWELL)’ 동호인이다. 그들은 커다란 공연장에서의 낯선 만남과 새로운 창작을 위해서 주말을 소비한다.

캔스웰은 2001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캔스웰이라는 이름은 ‘I can dance well’을 줄인 약자다. 댄스와 뮤지컬을 함께 하지만 시작은 댄스 동호회였다. 이 때문에 댄스부문은 힙합, 걸스힙합, 팝핀, 탭댄스, 살사, 자이브, 스윙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강점이 있다. 캔스웰은 평소 전문 강사 초빙까지 하여 전문적으로 댄스와 뮤지컬을 익힌다. 습득한 안무와 배역은 다양한 공연 활동에 쓰인다.

▲ 현대자동차 댄스&뮤지컬 동호회 '캔스웰'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캔스웰은 창립 10주년 기념 뮤지컬 <날아라 병아리>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펼치고 있다. 캔스웰은 지난달 서울 동작구 CTS아트홀에서 댄스와 랩 공연 <WE CAN DANCE WELL>과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선보였다. 총 46명의 공연진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올해 공연 당시 배역들을 보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임직원들이 더러 포진돼 있다. 캔스웰은 현대·기아차 서울과 경기지역 및 관계사 임직원 100여명으로 구성돼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베스트 프렌드 삼총사 중 마고 역할은 김채령 현대자동차 R&D품질기획팀 연구원이 맡았다. 다른 타임에서는 이주희 현대종합설계 첨단시설팀 사원이 연기했다. 이주희 사원은 “마고 역할이 무대에서 내내 뛰어다니는 캐릭터”라면서 “마고 역할로 지내온 반 년 동안 밝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동호회 활동 후기를 말했다.

현대모비스 전동화시험개발팀 김대열 연구원은 같은 뮤지컬에서 에밋 포레스트 연기를 했다. 주인공 엘의 훈남 선배 역할이다. <WE CAN DANCE WELL>에서는 현대오토에버 전략기획팀 김은서 사원이 눈에 띈다. 김 사원은 캔스웰에서 춤만을 고집해온 춤꾼이다.

이들은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동호회 활동에 참석, 열정을 다졌다. 이주희 사원은 “올해 여름 연습실에서 치어리딩 장면을 연습했다. 연습실 거울이 사우나처럼 하얗게 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그래도 다 같이 땀을 흘리며 연습해서 그런지 사람들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채령 연구원은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평일에도 연습하기가 일쑤다”라면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근무하다 보니 평일에 서울 연습실을 드나들었다. 연습이 끝나고 연구소로 돌아오면 새벽 1시 정도라 다음날 내내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은 곧장 반응으로 드러난다. 매회 300여명이 넘는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캔스웰 부회장이자 현대차 고성능차차체설계팀원인 박태우 연구원은 “공연은 평소 지인들뿐만 아니라 임직원들도 찾아와서 즐긴다”면서 “매년 공연을 펼칠 때마다 다음해에 가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사람들과 업무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평소 댄스와 노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주저 않고 캔스웰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는 주저 없이 주말을 반납했다. 박 연구원뿐만이 아니다. 캔스웰 동호회 회원들은 소중한 주말 이틀을 연습에 투자한다.

▲ 현대자동차 댄스&뮤지컬 동호회 '캔스웰'이 공연을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들은 지치는 법도 모른다. 연습실에 나와 20시간 이상을 함께 보낸다. 연습 분위기는 내내 활기차다.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힘든 시간에서도 서로 다독이며 즐거운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캔스웰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 수 있게 한 원동력이자, 그들이 주말을 반납하는 이유다.

동호인들은 연습으로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공연에서 달성한다.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무대에서 멋진 연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댄스 동작이나 노래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렇게 자신감을 길러내고 실력을 쌓아낸 사람들이 모여 멋진 공연을 만들어낸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공연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캔스웰에서 찾아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현대차 본사 대강당과 스피커 등 장비를 대여해주어 연습을 돕는다. 매년 복지팀에서 예산을 지원, 외부장소를 대관하여 공연을 하는 데에 큰 지원을 해주고 있다. 캔스웰이 적은 회비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다.

캔스웰은 매년 회사의 의미를 한 층 더 확장시켜주고 있다. 박태우 연구원은 “서로 다른 계열사에 소속된 임직원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해가 부족한 업무분야 교류가 활발하다”면서 “동시에 소속감도 커지면서 회사를 더 즐겁게 다닐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사원은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모든 날이 캔스웰이었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좋은 사람들과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한 해를 즐겁게 보낸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