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KB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불황을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지만 경쟁사 대비 실적 저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KB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발채무가 급증하면서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관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달성해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업계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이어 제3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KB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KB증권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러나 증권사 간 자본 확대와 경쟁, 현대증권과의 합병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금리인상 등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발행어음 사업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KB증권의 우발채무는 올해 3분기 기준 3조3489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급등했다. 자기자본 대비 75.2%에 달하는 규모다. 2015년말 2조7433억원, 2016년말 2조5753억원, 지난해말 2조6582억원 등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올해 9월기준 약 6900억원 가량이 늘었다.

신용공여형 중심의 우발채무 확대와 거래상대방의 무등급 비중이 높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유동성 공여형에 비해 신용공여형은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인한 부담이 큰 편이다. 시중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저하 국면에서 우발채무 관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KB증권은 파생결합증권 관련 자체헤지 비중을 늘렸다. 9월말 기준 KB증권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2조6000억원이다. 운용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원금비보장형 ELS·DLS 상품잔액은 7조9000억원이다. 상반기 파생결합증권 발행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증권은 2016년 이후 원금비보장형 상품의 자체헤지 운용규모를 전반적으로 감축하는 등 리스크관리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올해 이후 자체헤지 운용규모를 재차 확대하고 있는 만큼 파생결합증권 관련 손실 시 충격은 배가 될 전망이다.

KB증권 주요 재무지표 전망.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발행어음 오히려 독 될 수도

현재 KB증권은 경쟁 증권사 대비 저조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심화는 불가피하다.

금융투자업계는 KB증권이 향후 발행어음 인가를 재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명석 나이스신평 연구원은 "기업 신용공여를 비롯한 발행어음 사업의 경우 기존 수수료 기반 업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발행어음 시장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두 대형 증권사가 선점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금리인상 등 대외적 변수와 함께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수익성 전망(우발채무 문제)도 불투명하다.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자기자본 3조원대의 증권사들이 추가 증자에 신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발행어음 업무 등 신용공여 형태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게 대출을 하거나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위험성이 있는 사업에 투자한다. 수익 안정성을 기대하긴 다소 어렵다.

한편, KB증권은 현대증권과의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저조한 수익성 탓으로 보인다. KB증권의 3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는 7.4%로 한국투자증권(12.7%), NH투자증권(8.4%) 등 다른 경쟁 증권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KB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를 열고 희망퇴직 안을 통과시켰다. 희망퇴직 대상은 1975년생 이상 직원으로 근속연수와 연령 등에 따라 27~31개월치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고, 지원금 3000만원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증가는 단기적으로 KB증권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