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은 살아남고, 어떤 기업은 도태된다. 살아남는 기업은 끊임없는 변신으로 혁신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잘 하던 것을 더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새로운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석유화학, 정유, 철강업계의 맏형격인 국내 기업들도 혁신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포스코가 그 주인공들인데 이들은 ‘배터리(2차전지)’사업을 통해 제2도약을 위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 LG화학 관계자들이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배터리를 보고 있다. 출처=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국내 1인자...LG화학

LG화학의 주력사업은 석유화학사업이다. 올해 3분기 LG화학의 매출액 7조 2349억원 중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기초소재부분은 4조 6489억원을 담당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64.3%다. 그 뒤를 전지부문이 1조 7043억원으로 따라갔다. 전지부문의 매출액 비중은 23.6%다. 

LG화학은 2차전지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 오고 있다. 올해 매출액 추이를 보면 LG화학이 석유화학회사에서 배터리 에너지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LG화학의 전지부문 매출액은 올해 들어 지속 성장했다. 1분기 매출액 1조 2450억원에서 2분기에 1조 4940억원으로 증가했고, 3분기에는 1조 7043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는 올해 4분기에는 LG화학의 전지부문 매출액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2차전지 부문은 전기차 시장과 ESS(에너지저장장치)시장 성장과 함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영 LG화학 CFO은 “3분기에 기초소재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했지만 전지부문의 분기 사상 최대매출 및 큰 폭의 이익 확대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4분기에도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및 전지부문의 매출 성장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3분기 실적발표 브리핑을 통해 말했다. 현재 LG화학의 배터리 수주 잔액은 70~80조원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중 1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무서운 막내’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업계의 맏형이다. 그러나 2차전지 소재와 완제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튬이온 2차전지 소재중 하나인 ‘습식분리막’에서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성장세는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중 LG화학, 삼성SDI에 다소 밀린다고 평가받았지만 최근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1월 폭스바겐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주 소식을 알렸다. 폭스바겐의 북미 수출용 전기차와, 일부 유럽 수출용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수주한 것이다. 정확한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120GWh(기가와트시), 전기차 200만대 분량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 잔액은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LG화학의 수주 잔액으로 알려진 70~80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당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에 대해 “폭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경쟁기업 대비 SK이노베이션이 기술력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과, 배터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어느 정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사업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인 2020년경에 실적에서 배터리부문 관련 매출액 등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계획대로 2022년까지 55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면 전기차 배터리 관련 매출은 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포스코켐텍 음극재 1공장 준공식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에서 4번째)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포스코켐텍

포스코, ‘2차전지 소재’ 신성장 동력으로 삼다

철강회사의 대명사인 포스코(POSCO)그룹은 2차전지의 필수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 중심에는 포스코켐텍이 있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에너지 소재사업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포스코켐택과 포스코ESM을 합병했다. 음극재를 담당하던 포스코켐텍과 양극재사업을 담당하던 포스코ESM을 합쳐 에너지소재사업의 일원화를 추진한 것이다. 합병회사는 내년 4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포스코켐텍은 양·음극재의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려 2021년까지 매출 1조 4000억원 이상을 거두는 글로벌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소재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워 나가 203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켐텍은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기 전에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회사다. 또 취임 당시에도 최 회장이 포스코의 에너지소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직접 주문한 만큼 포스코그룹 내에서 신성장동력의 중심을 담당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1월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계약을 맺은 것부터 3월에는 칠레에 삼성SDI와 함께 양극재 공장 건설계약을 체결하는 등 2차전지 소재 관련 사업을 포스코와 포스코켐텍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원재료 확보부터 2차전지 핵심소재제작까지 2차전지관련 사업에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노키아는 원래 장화를 만들던 회사였고, 삼성도 설탕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만큼 끊임없이 기업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 “배터리와 같이 미래산업이고, 경쟁력을 충분히 가진 사업이라면 기업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다만 전문성 없는 경영자들이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경쟁력 없이 부채만 늘리는 방향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