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시장에서 현재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게임 장르는 모바일 MMORPG다. 이들 게임은 주 고객층이 30대~50대 남성이며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이 크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임 유저들이 지갑을 통 크게 여는 배경에는 그들이 약 10년~20년 전 PC MMORPG로 본격 게임에 빠진 세대라는 점이 꼽힌다. 

게임 매출을 분석하기 위해선 수요자를 봐야한다. 게임은 PC, 콘솔 등 무거운 게임으로 갈수록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PC방, 플스방을 가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물론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여성 유저들도 상당히 많다. 모바일 시장 분석 사이트 앱애이프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을 즐긴 비율은 남성 57%, 여성 47%로 집계됐다. 게임은 남성이 많이 즐긴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고려하면 꽤 많은 여성이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게임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습을 보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표본조사한 결과 매출액 순위 상위 10개 게임을 이용한 161만명 중 남자의 비율은 82.9%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많은 매출액을 내는 모바일 게임은 MMORPG인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매출 순위 상위 10개 게임 중 6·7 위인 2개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이 MMORPG였다.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차지했다. 2위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3위는 웹젠의 뮤오리진2였고 4위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로 기록됐다. 

각 이용자들의 인기 게임별 사용자 연령 분포는 리니지M은 30대(53.5%)가 전체 이용자의 절반을 넘기며 가장 많았고 40대(21%)가 뒤를 이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 역시 30대(37.1%)가 가장 많았고 40대(28.9%) 이용자가 두 번째로 많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30대(50.8%), 20대(19.5%), 40대(15.2%) 순으로 많이 이용했다.

 
▲ 매출액 상위권 모바일 게임 연령별 분포. 해당 분포는 지난 11월26일부터 12월2일 표본 조사를 통해 집계됐다. 출처=와이즈앱

와이즈앱이 국내 구글 플레이 앱 결제 금액과 앱의 월간 사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한 달 사용자에서 1인당 매출액이 가장 많은 카테고리는 롤플레잉 게임(RPG)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결제액은 3만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게임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게임은 MMORPG이며 주 결제 고객은 30대와 40대 남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재’ 게임이 성공하는 셈이다. 

경제력 갖춘 3040… MMORPG ‘향수’에 취하고 커뮤니티로 결속력↑

이들 고객이 특정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꼽힌다. 우선 이들은 경제력을 갖춘 소비자들이다. 사회 초년생을 지나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연봉도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왜 MMORPG에 집중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내 게임 성장의 역사와도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3040 세대는 학창 시절 또는 20대에 PC MMORPG를 접하며 본격적으로 게임에 뛰어든 세대다. 2000년대 온라인 게임 시장은 MMORPG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굵직한 전략, 액션 등 게임이 있었지만 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존재감은 가장 컸다.

그들은 직장인이 됐고 게임에 돈을 쓰기 쉬운 환경이 됐다. 과거에 즐기던 PC게임이 모바일 버전으로 속속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액 순위 TOP10에서 출시 10년이 넘은 PC게임이 원작인 게임은 5종이다. 모두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들이다. 

일각에선 단순히 MMORPG의 과금 모델이 매출을 내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업계와 유저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어떠한 과금 모델도 수요 없이는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다. 수요자들이 왜 MMORPG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집중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연령의 특성도 MMORPG 순항의 근거로 꼽힌다. 3040 연령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FPS게임 등 e스포츠 요소가 있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다. 과거에 이런 게임을 즐겼다고 해도 젊은 유저들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해 안 한다고 말하는 직장인 게이머들도 다수다. 프로게이머의 평균 은퇴연령이 20대 중반이고 전성기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인 걸 감안하면 이 같은 사례는 일견 이해가 된다. 

돈을 쓰는 게 그리 아깝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MMORPG를 즐기는 헤비 게이머들은 대체로 그들이 하는 게임을 자전거, 낚시, 축구, 농구 등과 같은 취미활동으로 인식한다. 직장인이 취미생활에 돈을 쓰는 건 자연스럽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큰돈을 자신의 취미생활에 사용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쉽게 포착된다. 

▲ 커뮤니티 관련 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유저들이 지갑을 여는 데는 게임 내 커뮤니티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MMORPG 특성상 유저 간 커뮤니티 활동이 중요하다. 레벨이 높아지면 게임 내 혈맹, 길드 등의 커뮤니티가 생기고 함께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헤비 유저들은 길드원들과 게임을 벗어나 실제로 만나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많다. 커뮤니티가 견고해질수록 유저들의 결속력은 높아지며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게임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는 게임 업체들이 유저간담회 등 모임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예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리니지 20주년 행사에 유저들을 초청해 리니지의 리마스터 버전을 공개했다. 기자와 유저를 행사에 함께 초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미래에 주 소비층이 될 현재 젊은층은 e스포츠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사진은 LCK 2018 결승전이 펼쳐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전경. 출처=라이엇게임즈

미래엔 e스포츠 게임이 대세?

10년 20년 후에도 MMORPG가 여전히 높은 매출을 낼지에 대해서는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그 시기가 되면 현재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며 현재 젊은 층은 MMORPG보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스타크래프트 등 전략시뮬레이션, FPS 게임 등 e스포츠 게임에 열광하는 세대라는 게 이유다. 또한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MMORPG의 과금체계에 대한 불만 여론이 형성돼 있는 점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 같은 주장에 근거하면 미래에는 e스포츠 게임이 많은 매출액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플랫폼의 변화다. 개발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는 VR·AR이 꼽힌다. VR·AR 게임이 대중화된다면 인기를 끄는 장르 게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VR게임 시장에서 MMORPG의 경쟁력은 낮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VR게임사 대표는 “VR게임은 VR이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경쟁력이 있다”면서 “MMORPG 장르는 PC나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 장르의 게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