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닛 옐런 전연준의장은 "지금 같은 높은 수준의 기업 레버리지(corporate leverage)로 인해 상당수 기업들이 들이 파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Time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정책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미국 기업 부채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고 11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BofAML)의 크레딧 전략가 한스 미켈슨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며 “BBB 등급 회사들이 A등급 회사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BBB 등급은 투기등급(정크)의 바로 윗 단계다. 이 등급을 부여받은 회사채 규모는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 시 채권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켈슨은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S&P 500의 BBB 투자 등급 회사들의 채권 지수(bond index)는 올들어 2.9% 하락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S&P 500/MarketAxess 투자등급 기업 채권지수’(S&P 500/MarketAxess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Index)가 마이너스(-) 3.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선전했다.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이 올해 3.2%에서 내년 2.3%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빌 우르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북미 지역 비금융 기업들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인 이유는 2019년 미국을 위시한 G20 국가의 GDP 성장률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흥 시장에서의 강력한 성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호한 유동성과 낮은 재융자 위험으로 채무불이행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의 점진적 인상에 대한 충격도 충분히 견뎌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옐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장 의견은 달라

옐런 전의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주 커니(CUNY)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재 기업 부채가 너무 높다”며 “만약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어떤 사건이라도 터지면, 지금 같은 높은 수준의 기업 레버리지(corporate leverage)는 경기 침체를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비금융 기업들이 들이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옐런은 또 현재의 부채가, 10년 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유사한 금융 시스템에 묶여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기업 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채권시장에서 투자등급 기업들의 채권은 3조80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6%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BBB 등급 기업의 채권이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대비(55%) 3%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옐런 뿐 아니라 Fed의 다른 현 임원들도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이 상당한 위험 수준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은 부채가 많은 투기등급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의미한다. 인수 합병 과정에서도 투자자의 돈을 끌어 오기 위해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뒤 회사 자산을 매각해 이를 갚았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레버리지론 시장 규모는 7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최근 1조 3000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그러나 올해 채권 시장은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마킷 iBoxx 레버리지론 지수(Markit iBoxx USD Leveraged Loans Index)는 현재까지 1.98% 상승했고 리퀴드 레버리지론 지수(Liquid Leveraged Loan Index)도 1.2% 상승했다.

반면, S&P 500 지수는 1% 이상 하락했고,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US 애그리게이트 본드 지수 (Bloomberg Barclays US Aggregate Bond index)도 총 수익률이 1.8% 손실을 기록했다.

BofAML에 따르면 투자등급 채권 펀드에서는, 지난 12주 중 11주 동안 38억 달러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의 0.1퍼센트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고수익 펀드에서도 지난 9주 중 8주 동안 19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지만 전체의 0.15%에 그쳤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채권으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다.

채무불이행 축소 가능성을 제기한 무디스도 “레버리지론이 많은 기업들은 통화 긴축이 풀릴수록 취약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제3 금융권에 의존하는 투기등급 회사들은 특히 등급 하향 또는 채무불이행 위험이 가장 큰 기업들”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투기등급 기업은 5%에 불과하지만 유동성 축소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