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90일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소모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화웨이 CF0를 두고 캐나다 벤쿠버 법원이 12일 보석을 허가했다. 그러나 화웨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미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 법무부의 멍 CFO 수사에 개입할지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멍 CFO를 일종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5G 정국에서 화웨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극에 이른 가운데, 상황은 화웨이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콩의 SCMP가 최근 도메인 등록회사의 기록을 인용해 화웨이와 스카이콤이 공동으로 도메인을 공유했다고 보도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멍 CFO의 전격적인 체포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있기 때문이며, 그 배후에 스카이콤이 있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화웨이는 스카이콤과 현재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도메인 공유가 사실일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일본도 화웨이 장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특정회사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악의적인 기능을 가진 기기를 쓸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백도어 논란에 휘말린 화웨이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화웨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온도차이가 난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이 5G 장비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정보당국을 중심으로 화웨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아직은 큰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프랑스는 "화웨이를 언제든 환영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입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화웨이 배척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는 경쟁사와 비교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 중심에서는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정서가 강하다.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일단은 계획대로 그냥 간다"는 입장이다.

중국도 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1일 중국의 소비자들이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캐나다 구스에 대한 보이콧에 나선다고 보도하는 등 민간에서도 반 미국 정서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전직 캐나다 외교관을 구속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구형 아이폰 일부가 중국에서 판매금지를 당한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