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모바일 시대를 넘어 초연결 생태계 시대가 시작되는 가운데, LG그룹의 ICT 전자 통신 계열사인 LG전자와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체 생태계 전략을 가동하면서 외부의 인프라를 연결해 일종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기술 유출, 국내 시장 잠식 등 리스크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중국 현지 은행과 200억위안(3조2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광저우 OLED 생산법인을 중심으로 계약이 진행되며 중국을 기반으로 한 OLED 전략의 글로벌 경영 방침이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어려운 자금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LGD가 중국에서 신디케이트론을 체결했다. 출처=LGD

LG디스플레이의 중국 법인은 태생부터 '기술 유출' 우려가 많았다. LG디스플레이의 주력 기술인 OLED는 정부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된 국가 핵심기술이며, 중국 법인이 탄생할 경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OLED 기술이 중국 현지에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사전 검토를 위해 2차례의 디스플레이 전문위원회, 3차례의 관련 소위원회를 열어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과 기술보호 방안, 공장 설립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기술유출의 우려가 크다고 봤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OLED로의 체질개선을 위해 중국 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법인을 전격 승인했으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 법인이 중국 은행과 신디케이트론 계약까지 맺자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 계약 자체가 LG디스플레이의 자금 부족 현상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라는 말이 나오는 한편, 지식재산권 개념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의 밀착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잘 알려졌듯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트리거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의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 탈취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OLED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당장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큰 그림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자금 조달과 중국 시장이라는 2개의 목표를 위해 중국의 품에 안기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 가운데, LG유플러스는 더욱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5G 시장에서 화웨이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에 시달리고 있다. 소위 백도어 논란이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의 견제가 심해지는 가운데 화웨이의 멍완저우 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멍 CFO의 12일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논란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화웨이 전반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일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영국 첩보기관 MI6의 수장인 알렉스 영거는 자기의 모교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영국 첩보당국은 중국의 영국 통신망의 개입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손을 잡은 LG유플러스의 상황이 미묘해진 이유다.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밀착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국내 통신망을 통째로 중국 정부에 바치려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거세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위 사업자 입장에서 가성비가 좋은 화웨이 장비로 판 뒤집기를 노리는 한편, SK텔레콤과 KT와 비교해 최대 5배 많은 기지국 숫자를 동원해 초반 5G 시장에서 고무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 리스크는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뚜렷하게 할 말은 없다"면서 "5G 계획은 변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5G 구축 단계에서 화웨이 외 토종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IPTV 측면에서 글로벌 OTT 사업자 넷플릭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격변기에 돌입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다소 부당할 수 있는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고 판 뒤집기에 나섰으나, 전체 미디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실리콘밸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ICT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대거 흡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최근 웹OS 2.0을 통해 독자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으나 별 파급력은 없다는 회의감이 나온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까지 신설하며 스마트폰 중심의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AS 이상의 가치는 없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 웹OS 2.0 생태계가 보인다. 출처=LG

LG전자는 로봇 등 다양한 신성장 동력을 내세웠으나 핵심 기술력은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을 혼용하는 한편 5G 모뎀까지 개발하고 있으나, LG전자는 여전히 스냅드래곤에 100% 종속된 상태다. 자체 모바일 AP 제작에 대한 열망은 있었으나 항상 무위로 끝난 흑역사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박일평 사장을 중심으로 한 방을 노린다는 설명이지만, 현재의 흐름이라면 자체 생태계는 요원하다는 평가다. 결국 외부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으며, LG전자는 강점을 가진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는 핵심 경쟁력을 외부에서 끌어오며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풀어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치 옛날 삼국시대 당나라를 끌어들여 통일을 이룬 약소국 신라와 비슷하다"면서 "외부의 경쟁력을 끌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 생태계도 강화하는 한편, 외부 경쟁력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역풍을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