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지난 몇 년간 이익성장이 높았던 증권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는 물론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성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들은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보수적 운용기조로 자본적정성 수준을 높였다. 대외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리스크관리 능력에 따라 증권사별 성장과 안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1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업의 영업순수익과 순이익 규모는 각각 11조3000억원, 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증시 거래규모와 신용공여금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특히 위탁매매와 IB부문의 성장이 크게 기여했다. 9월말 기준 위탁매매수수료와 금융수익은 각각 3조3000억원, 1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각가 27%, 30% 올랐다. IB부문은 주선·보증수수료와 대출채권 금융수익 확대로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반면, 상품운용과 자산관리 부문은 완만한 개선세를 보였다. 매도파생결합증권(ELS 등) 발행환경은 저하됐지만 레버리지 증가와 위험성향의 상승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상품운용부문은 9월말 기준 전년동기대비 2400억원 늘어난 3조2000억원, 자산관리부문은 1000억원 증가한 76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레버리지 규제 시행 후 정체됐던 증권사들의 조달규모는 올 들어 다시 확대됐다. 이는 실질차입부채와 매도파생결합증권 증가에 기인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초대형IB가 단기금융업무를 본격화하면서 발행어음 조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량자산과 매칭되는 RP(환매조건부증권) 비중이 줄고 운용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방식의 조달비중이 상승했다. 자연스레 위험선호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채권 비중이 감소하고 집합투자증권이나 기업여신 등에 대한 투자비중이 늘고 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증권사들의 매도파생결합증권, 우발채무 등 잠재위험은 확대됐다. 홍콩H 지수형 ELS 자율규제가 종료되고 지난해 글로벌 주가지수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자 다시 홍콩H 지수를 필두로 한 ELS 발행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환경이 저하되면서 올해 2분기 이후 매도파생결합증권 조기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매도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08조원(ELS/ELB 68조원, DLS/DLB 38조원)에 달한다. 발행잔액이 있는 증권사 기준 자기자본의 220% 수준이다.

우발채무를 포함한 신용익스포저도 증가세를 보였다. 우발채무 규모는 2017년말 27조9000억원에서 2018년 34조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기업금융 활성화를 위한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인가 이슈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기업·부동산 대상 신용공여 사업을 확장하는 도화선이 됐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7개(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종합IB의 올해 3분기말 기준 우발채무규모는 24조5000억원이다. 증가 속도가 빠른 가운데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집중위험이 상승하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우발채무 총량은 감소했지만 위험수준은 상승했다. 규제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사들은 PF 개발사업에 무등급·후순위성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중이다.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른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형사, 리스크관리 강화...2019년 반격?

레버리지와 위험성향의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우발채무 부담도 늘면서 증권업 전반 자본적정성은 저하되고 있다.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비율은 2017년 6월말 335%에서 2018년 6월말 25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조정레버리지 비율도 5.1배에서 5.4배로 확대됐다.

특히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IB들의 질적 자본적정성 지표가 빠르게 저하(2017년 6월말 291%→2018년 9월말 192%)됐다. 중대형·중소형 증권사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과거 과다한 우발채무 부담으로 자본적정성 저하 우려가 부각됐던 중소형사(자기자본 4000억~1조원)들은 올해 위험투자 규모를 제한했다. 보수적인 자금운용기조가 자본적정성 수준을 높인 것이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과거 우발채무 부담, 매도파생결합증권 헤지손실 등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을 받았던 중소형사들은 리스크관리를 강화했다”며 “지난해와 올해 개선된 업황에 힘입어 양호한 이익창출을 보였고, 위험 증가는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도 안정적인 이익시현과 자본축적을 이루는 중소형사의 신용도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오는 2019년 증권업의 사업환경 전망이 ‘비우호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증시위축, 글로벌 금융환경 변동성 확대, 부동산 경기 저하 가능성 등이 부담이다. ELS 조기상환 정상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양질의 부동산·기업 금융 공급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의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대상은 과거 대비 질적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위탁매매 부문은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 저하가 불가피하다. 반면, 신용공여금 잔액과 순이자마진(NIM)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상품운용부문은 변동성이 크다. 대부분의 금융변수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가운데 올해 조달규모도 크게 증가하면서 운용익스포저도 함께 확대됐다. 조달증분은 국내외 기업·대체투자 관련 출자와 대여로 상당비중 이어졌다. 과거 대비 국공채와 회사채 비중은 감소했다.

증권 보유액 증가, 시중금리 상승 전망에 따른 금융수익 증가는 실적변동성을 일정부분 만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치변동성이 높은 자산 비중이 증가한 점은 수익안정성에 부담요인이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IB부문은 긍정적이다. 증권사가 금융주선 중심 영업외 자금공급원으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IB딜 공급의 감소, 경쟁심화에 따른 수수료 인하 등으로 관련 수익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형사들은 순자본비율 체제하 유휴자본이 충분하기 때문에 각종 개발사업, 기업금융, 해외자산에 자금을 공급할 전망이다. 이미 실행된 대출자산에서 금융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신규 대출 확대에 따른 취급수수료와 금융수익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B확대 과정에서 초단기성 자금조달 증가, 만기가 길고 가치변동성이 높은 자산운용 비중이 증가하는 기조는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 자기자본 축적 대비 위험투자 증가속도가 빠르게 이어지면서 증권업 전반 완충력은 크게 저하됐다. 위탁매매와 증권운용 환경이 저하로 영업마진이 높은 고위험자산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적정성의 저하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종합IB들의 위험투자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순자본비율(잉여자본/필요유지자본)로 규제비율이 변경된 후 잉여자본이 풍부한 대형사들은 위험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종합IB 7개사 평균 구NCR은 2015년말 340%에서 2018년 9월말 192%로 크게 저하됐다.

발행어음 업무 확장, 하나금융투자의 종합IB 진출과 함께 투자대상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자본확충에 주력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대체투자 부문의 높은 마진은 포기하기 어렵다.

박광식 연구원은 “AA급 대형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은 증권업 평가방법론상 BBB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며 “신용도 유지를 위해 감내 가능한 위험투자 수준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향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