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주얼 식당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어디에서든 노인들이 일하는 것을쉽게 볼 수 있다.   출처= Bloomberg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학교를 마치고 마지못해 식당의 교대 근무를 하는 시무룩한 십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한때 감자튀김 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대중문화의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영화 <리치몬드 연애 소동>(Fast Times At Ridgemont High)에서 하이틴 스타 저지 레인홀드가 연기한 10대 소년 브래드 해밀턴이 영화 속 식당 ‘캡틴 후크 피시와 칩스’(Captain Hook Fish and Chips)에서 일하기엔 아마 너무 어릴 것이다. 이미 노인들이 식당 앞치마를 두르고 햄버거 패티를 뒤집고 주문을 받는 등 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밥 에반스 (Bob Evans)같은 캐주얼 식당 체인점과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맥도널드는 내년에 노인들 고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스토랑 체인들이 노인센터와 교회에서 몰리고 있고, 50세 이상 노인들의 이익단체인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웹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은 나이 든 근로자들은,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종종 찾아볼 수 없는 우호적인 행동, 시간 엄수 같은 소프트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의 고용 시장에는 두 가지 강력한 새로운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거의 50년 만에 가장 치열한 취업 시장 속에서 노동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장수 미국인들이 대개 부족한 은퇴 저축을 보충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심지어 시간제 일자리라도).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24년 사이 10년 동안 65세에서 74세 사이의 미국 근로자들의 수가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6세에서 24세 사이의 근로자들의 수는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3세의 스티븐슨 윌리엄스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노스 찰스턴(North Charleston)에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 처치스 치킨(Church’s Chicken)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4년 전 청소와 설거지를 하는 일부터 시작해, 바쁠 때면 일주일에 70시간까지 일을 하며 13명의 직원을 책임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은퇴한 건설 노동자로, 이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은 없었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집에 있는 것이 지루했다.

"아침에 시계를 맞출 필요도 없고, 침대에서 일어나 매일 같이 일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얼마 동안만 재미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평생 일을 한 후에, 빈둥빈둥 앉아서 늙어가야 한단 말입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월마트에 가는 것뿐이었지요. 나는 처치스 치킨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분위기도 즐기고 사람들도 즐기지요.”

노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노인들은 임금 인상 없이 수년 간 일한다. 지난 해 이들의 업계 임금 중간값은 시간당 9.81달러였다. 이들이 없었다면 수십 년 더 젊은 사람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이는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업계에서 상당한 혜택이다.

기업 연수 전문 기관 캘리브레이트 코칭(Calibrate Coaching)의 제임스 그레이는 “나이 든 사람들은 승진해서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거래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꼭 부사장이나 임원직을 찾는 것도 아니고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노인들은 대개, 온라인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보다 훨씬 더 발달된 사회적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의 상호 교류를 귀찮아 하지 않는다. 처치스 치킨에서 윌리엄스는 젊은 동료들에게 직장 예절의 세부 적인 것들을 지도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지내다 보면, 그들이 매우 무례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래서 그들을 지도하고, 여기는 거리가 아니며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이 너희들의 일’이라고 가르쳐 주어야 하지요.”

AARP는 업계의 진정한 채용 허브가 되었다. 캐주얼 식당 체인점을 몇 개 소유하고 있는 어메리칸 블루 리본 홀딩스(American Blue Ribbon Holdings LLC)는 지난 6월, 3500 달러를 지불하고 이 비영리 웹사이트에 시간직과 관리직 일자리를 올렸고, 베이커스 스퀘어(Bakers Square)와 빌리지 인(Village Inn) 식당에 5명을 고용했다. 전국 500여 개의 매장에서 고기 찜(pot roast)와 비스킷, 가정식 식단을 제공하는 간이 식당 체인 밥 에반스도 최근 AARP에 광고를 올렸다. 이 회사의 인사 담당 수석부사장 존 캐로더스는 “나이 든 직원들은 주로 고객을 안내하는 호스트로 일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에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햄과 칠면조 고기 요리 전문 식당인 허니 베이크트 햄(Honey Baked Ham Co.)도 추수감사절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대비한 계절 일자리 1만 2000개를 채우기 위해 교회와 노인 가정을 찾고 있다. 전국에 400개가 넘는 매장을 이 회사는, 특히 고용이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나이 든 노인들 이야말로 그들 직원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67세의 전직 교사 토니 바타니안 하이프너는 미주리주 커크우드(Kirkwood)의 세인트 루이스(St. Louis) 교외에 있는 허니 베이크트 햄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 4시간에서 5시간 근무조로 일한다. 그녀는 시간당 10달러 밖에 받지 않지만 식당의 음식을 50% 할인가로 먹을 수 있다. 바타니안 하이프너는 할리데이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사회 활동의 일부로 생각하며 즐깁니다. 적어도 5년은 더 일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