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푸저우 중급법원이 일부 아이폰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중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과 퀄컴의 특허분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공격하자, 미국 기업인 애플을 제재하기 위해 같은 미국 기업인 퀄컴의 손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판매금지를 당한 제품은 아이폰 6S와 6S 플러스, 7, 7 플러스, 8, 8 플러스, X 등 7개 기종이다.

판매금지의 이유는 퀄컴의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과 퀄컴은 미국과 중국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특허분쟁을 치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퀄컴은 미국 법원에 아이폰 판매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은 이를 거절했으나 중국 법원은 이를 전격 받아들인 셈이다.

퀄컴은 중국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애플이 보상을 거부하고 우리의 지식 재산권을 무단으로 취득했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퀄컴의 충돌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아이폰은 무려 200개가 넘는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여기서 모뎀칩은 2011년부터 퀄컴의 칩을 독점계약으로 사용했다. 퀄컴은 애플에 물량을 제공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애플은 이를 아이폰에 적용하는 나름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애플이 초기 아이폰에 모뎁칩을 공급했던 인피니온에서 물량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피니온은 반도체의 강자이자 최근 다양한 사업군에 손을 뻗치고 있는 인텔에 인수된 상태다. 최근 애플은 인텔의 손 마저도 놓으려는 행보를 보이며 독자 생태계에 나서고 있다.

결국 애플과 퀄컴은 충돌했다. 애플은 지난해 1월 퀄컴을 상대로 특허권 과다 혐의를 제기했으며 퀄컴도 4월 맞소송했다. 이후 제조사까지 휘말린 소송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중국 내 판매금지를 두고 미국 정부의 멍완저우 화웨이 CFO 체포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90일의 휴전에 돌입했으나 최근 미국 정부가 이란 제재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멍 CFO를 체포했고, 중국이 일종의 보복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중국 법원이 미국 기업인 퀄컴의 뜻을 받아 아이폰 판매금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모두 미국 기업인 애플과 퀄컴의 분쟁을 활용해 '미국 기업 제재'를 소위 이이제이 방식으로 풀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 입장에서는 어떤 동기든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신형 아이폰 출하 저조에 따른 애플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3분기 기준 애플은 아이폰 출하에 있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실제로 애플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3분기 4688만9000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이다. 아이폰 주요 하청업체인 폭스콘은 내년 200억위안(3조2626억원)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을 발표하며 아이폰 쇼크에 대비하고 있다. 아시아 아이폰 성지인 일본에서는 할인 정책도 등장했다. 이 지점에서 중국에서의 판매금지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판매금지 대상이 구형 아이폰이기 때문에 애플에게 재앙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퀄컴이 판매금지 대상을 신형 아이폰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추후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