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70년 넘게 간장 시장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샘표식품’이 최근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연매출 2000억원대에 진입한 이후 8년 동안 연매출은 고작 400억원 남짓 늘었다. 이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내수 중심의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분석된다. 샘표식품은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다각화, 글로벌 진출 모색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 70년 넘게 간장 시장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샘표식품’이 최근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샘표식품

샘표식품은 지난 2003년 처음 매출 1000억원대에 들어왔다. 성장을 거듭해 2011년 2000억원대에 접어들었지만 이듬해부터 매출증가율은 연간 5% 내외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매출의 5% 안팎인 1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영업이익률이 7%를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소매시장 점유율 90%인 기업이라고 하기에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 샘표식품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샘표식품의 사업부문은 간장, 연두 등 장류가 매출의 58%, 폰타나, 질러 등의 장류 외 제품이 매출의 42%다. 주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을 때 사용하는 조미료와 장류가 샘표식품 제품의 근간이다. 장류 매출은 내수가 93%, 장류 외 제품은 내수가 85%에 이를 만큼 압도적이다.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인구 감소, 1인 가구 증가, 가정간편식의 빠른 성장은 샘표식품의 입지를 더욱 좁아지게 만들고 있다.

때문에 샘표식품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발효기술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연두의 성공을 이을 이렇다 할 성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샘표식품은 지난 2005년 발효기술을 활용한 조미소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기능성 소재 브랜드인 ‘펩리치’와 조미 소재 브랜드 ‘세이버리치’ 등 소재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신성장 동력으로 선포했다. 바이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도약을 위한 지난 10년 동안의 소재 사업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샘표식품은 브랜드를 출범할 당시 10년 후인 2015년까지 이 분야에서 1000억원 매출 달성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60여종 소재 부문의 매출은 총 170억원으로 샘표식품 매출의 6%에 불과하다. 전통 장류에서 식품, 신소재, 바이오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 비해 여전히 매출의 50% 이상이 간장이다.

해외 수출도 샘표식품의 돌파구는 되지 못했다. 샘표식품은 현재 장류, 면류, 반찬 통조림 등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75개국에 연 300억원 규모로 판매하고 있다. 2008년 처음 수출액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접어들면서 매출의 13%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난 2016년과 지난해에는 다시 10% 내외로 떨어졌다. 수출 국가는 많지만 대부분 교포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당 매출고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 샘표식품 전체 매출 대비 수출액 비중. 출처= 샘표식품 사업보고서

샘표식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요리에센스 ‘연두’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샘표식품은 지난 6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연두 스튜디오’를 열었고 이후 스페인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연두는 100% 콩발효 제품으로 요리에센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리뉴얼 출시된 이후 43억원에서 2015년 180억원으로 300% 넘게 성장했다. 2016년 이후 액상형 조미료 시장이 감소하면서 연두 매출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샘표는 해외 진출과 신제품 개발로 타개해 나갈 방침이지만 연두를 일본 기꼬만 간장을 뛰어넘는 조미료로 육성한다는 박진선 샘표식품 회장의 목표가 해외의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색표식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요리에센스 ‘연두’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출처= 샘표식품

일본 대표 간장 기고만은 일찍이 1957년 미국에 진출해 글로벌 간장 시장을 30% 점유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가 해외, 영업이익의 7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기꼬만 간장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해외에서 빠르게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꼬만의 성공요인으로 스시, 라멘, 소바, 규동 등 일본 음식이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필수 조미료인 간장 소비도 급증이 주효했다.

기꼬만과 샘표식품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꼬만 간장은 현지의 세계화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샘표는 세계화에 중점을 뒀다. 세계 어느 나라 음식에도 어울리는 조미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는 해외 일반 소비자에 제품을 팔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면서 “프리미엄 유기농 스토어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활용법을 알리고 이후 대중적인 대형마트에 진출하는 탑다운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반복돼 제기되는 발암물질 이슈도 넘어야할 산이다. 지난해 샘표 등 양조간장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에도 발암물질이 검출된 해바라기유 수입으로 물의를 빚었다.

또 샘표식품은 올해 갑질논란에 휩싸이기도했다. 일부 대리점들이 본사에서 균등한 프로모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보복출점까지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샘표는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종환 샘표식품 영업본부장은 “샘표에 있어서 대리점 매출이 30% 이상 차지하는 만큼 회사입장에서 대리점이 가장 중요한 채널”이라면서 “밀어내기도 하지 않고 일반소비자와 직거래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에도 소비자 눈속임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샘표식품 등 간장 제품에 혼합간장이라고 표기하지만 사실상 일본에서는 산업용으로만 쓰이는 화학간장인 산분해간장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논란은 매출 감소로 나타났다. 샘표식품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18억원,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5%, 16.2% 쪼그라들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연두와 폰타나 등의 광고비 지출로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라면서 “1년 내내 꾸준히 판매되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