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게임 시장에 역대급 규제 폭탄이 발표된 가운데 그 여파가 국내 게임 업계에도 불어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 게임 시장 규제의 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점점 강도 높아지는 中 ‘게임 업계 때리기’

중국의 국영방송 CCTV는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网络游戏道德委员会)가 중국 내 20개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검열을 했고 그 결과로 11개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 수정 지시를, 나머지 9개 게임에는 판호 승인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의 존재는 이번 발표를 통해 새로 알려졌다. 중앙선전부가 베이징에 올해 설립했으며 온라인게임이 중국의 국가적 이념을 구현하게 하고 청소년 문제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검토 대상이 된 20종의 게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게임들이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인지, 판호 발급을 받고 출시를 준비 중인 게임인지 등이 발표된 바 없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규제 이슈에 대해 중국 게임 업계 1위이자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를 맡고 있는 텐센트와 업계 2위 넷이즈 측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현지에 있는 국내 게임 전문가들도 관련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부터 자국 게임에 부여하는 영업허가권인 내자판호를 내어주지 않으며 게임 산업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상반기까지는 판호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관리부처 이전에 따른 재정비가 이유로 꼽혔지만 어느 정도 재정비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아직 판호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말엔 중국 정부는 청소년의 시력 보호를 명분으로 온라인게임의 총량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하며 노골적인 ‘게임 산업 때리기’를 보여줬다. 

중국 정부의 파워는 막강하다. 세계적인 공룡 IT기업 텐센트의 행보도 마음껏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예로 지난 8월 텐센트의 PC게임 플랫폼 위게임에서 서비스 중이던 몬스터헌터 월드가 돌연 판매중지 됐다. 텐센트는 100만장 이상 팔린 게임 매출을 그대로 돌려줘야했다. 다음달인 9월에 텐센트는 위챗에서 성황리에 서비스하던 게임 천천덕주의 서비스를 스스로 중단하기도 했다.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중국 정부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판호 미발급과 온라인게임 규제 등의 여파로 올해 중국 게임시장은 위축됐다. 데이터 분석 기관 CNG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 감소한 150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이다. 

국내 상황과 비교해 중국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중국 정부는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게임 산업을 마음껏 컨트롤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중국의 선전부 직원 중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중국의 학부모들도 게임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환경적으로도 게임 산업의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 산업을 선전부가 관리한다는 건 산업을 이데올로기로 규제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게임업계의 중국 게임 시장 관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중국발 리스크, 국내 게임시장 여파는

이번 규제 발표로 도마위에 오른 게임은 국내에선 크게 두 가지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럴만한 것이 이 두 게임은 과거부터 중국 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게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면 우리나라의 대표 게임 업체가 시진핑 정부의 규제하나로 휘청이게 되는 셈이다.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하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로열티 매출이 1조원을 넘겼다. 올해 3분기 실적 기준으로 봐도 넥슨의 전체 매출액 중 중국 지역 매출액 비중은 45%로 약 3120억원 수준이다. 중국 매출은 사실상 던전앤파이터 매출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도 중국 내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갖는 게임이다. 미국 디지털게임 시장 조사기관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매출액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중국 지역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번 규제에 대해 자사 게임 서비스사인 텐센트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번 중국 게임 규제가 국내 시장에도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중국 게임사들의 해외 시장 침투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며 이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중국의 우리나라 게임 시장 공략은 이미 진행된 상황이지만 중국 내 판호 중단과 온라인게임 규제가 맞물려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힘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간 1만개 이상 나오는 중국 게임 중 경쟁력이 있는 게임들 위주로 국내 시장에 침투하면 국내 게임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개발사와의 계약 조건이 국내 개발사와의 계약 조건보다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은 이제 개발력이 뛰어난 데다가 많은 인력을 바탕으로 개발 속도가 빠르고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게임에 잘 적용한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마니아를 양산한 중국 게임을 앱마켓 매출 순위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중국 내 서비스를 하게 될 국내 게임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내 규제는 말 그대로 중국 당국 마음대로다. 약 2년째 우리나라 게임의 판호를 한 건도 내주지 않지만 중국 정부는 그에 대한 어떤 이유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나서 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그간 유의미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 같은 중국발 불안감은 국내 게임 업체 주가에도 반영된다. 관련 소식이 전해진 주말을 지나고 평일 첫 거래일인 10일 중국 판호 이슈와 관련된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리니지2레볼루션의 판호를 기다리고 있는 넷마블의 10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6.22% 하락한 10만5500원을 기록했다. 검은사막의 중국 판호를 기다리고 있는 펄어비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58% 하락한 1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내 미르의 전설 IP 사업을 하고 있는 위메이드의 주가는 전일보다 9.58% 떨어진 2만2850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