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서울시는 따릉이를 놓으려 하지 않아요”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가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후 조만간 정식 운행을 앞둔 가운데, 최근 모빌리티 업계 인사와 이야기하던 중 나온 말입니다.

카풀은 모빌리티의 극히 일부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자동차를 넘어 전기 자전거나 전기 스쿠터, 혹은 일반 자전거나 열차와 버스 등과도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티 업계 인사에게 “자동차만 고민하지 말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동의 플랫폼을 모두 연결해라. 서울시 따릉이도 이동의 라스트 마일을 보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협력의 가능성은 없나?”는 질문을 하자, 나온 대답입니다.

 

서울시의 최근 행보...“이상하다”

서울시는 따릉이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겠지만 왠지 지자체의 아집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공공기관이 민간의 영역에 과도하게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 오해일까요. 공공기관이 민간의 영역에 무조건 진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합니다. 필요하다면 진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간영역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거나, 혹은 민간과 전향적으로 협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을 고집스럽게 단독으로 추구하려는 행보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체 산업 측면에서는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0일 본격 시작되는 제로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QR코드를 이용하는 간편한 오프라인 간편결제를 지원해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설명입니다. 연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가 0원이고 소비자에게는 높은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서울시는 1차 가맹점 모집에 13만 소상공인 점포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10일 현재 2만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까지 인하되는 판국에 일반 간편결제 업체와의 경쟁도 어렵다는 말도 나옵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체크카드의 30%보다 높은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큰 강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각 카드사의 팔을 비틀어 과도한 퍼포먼스를 꾀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 제로페이 이미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삼성페이부터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이미 다양한 페이 사업자들이 결제에서 송금을 비롯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여기에 꼭 ‘서울시가 명함을 내밀었어야 했을까’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피어납니다. 이왕 나온다면 잘 했으면 좋으련만, 가맹점 모집 숫자를 보니 그럴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전설의 택시앱’ 지브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브로라는 앱을 출시하며 택시호출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카카오택시 등이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지브로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지브로2를 출시하며 승객이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승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고질적인 승차거부를 막겠다는 전략이 나왔으나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카카오 카풀의 등장에 깜짝 놀란 택시업계가 타고솔루션즈 등의 가능성 타진에 나서며 서울시가 이를 지원하는 고무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으나, 서울시의 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은 지금도 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 지브로의 이미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서울시의 기본적인 생각

따릉이 현안부터 제로페이, 지브로 등 서울시가 추구하는 최근의 사업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도 충분한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지어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았고, 앞으로 운영되지도 않을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들이 공공의 영역에 일정정도 속해있는 상태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결제로 대표되는 소상공인 경제와 택시로 대표되는 이동의 편의성은 냉정하게 말해 공공 인프라의 성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관 주도의 100% 인프라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의 시장 진입은 이 대목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관 주도의 100% 인프라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나옵니다. 이 말은 곧 민간 사업자도 분명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제와도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효율성과 편의성, 일종의 공공성 측면에서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제로페이를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네이버오 카카오페이는 확장일로입니다. 지브로는 존재감도 없지만 카카오택시는 잘 나가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민간이 잘 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은 잘 하는 민간의 영역을 지원하는 역할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따릉이는 물론 제로페이와 지브로 현안을 두고 한 발 더 들어가면 서울시의 기본적인 ‘스탠스’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기존 ICT 기술을 위협요소로 보는, 소상공인과 일반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아이템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지브로가 대표적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는 물론 카풀까지 나서며 택시기사들의 삶을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공공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제로페이는 약간 결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동일합니다. ‘카드 수수료 등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간편결제라는 방식이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겠는데? 민간이 잘 한다지만 이 역시 공공이 나서야지’라는 발상이 읽힙니다. 문제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면서, 세금만 줄줄 새어나가는 대목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이 민간의 영역에 과도하게 진입하며 일종의 ‘시혜’성 정책을 쌓아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부분입니다. ‘민간이 잘 하고 있지만 역시 이런 일은 공공기관이 해야 해’라는 감정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건 아니다”

서울시가 민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며 수익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인프라를 공공의 성격으로 보면서 어려운 국민의 삶을 ICT 플랫폼으로 ‘해방’시키려는 의도, 혹은 민간이 잘 하고 있지만 국민의 삶을 더 증진시키려 민간의 영역에 진입하는 분위기가 읽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는 부작용이 큽니다. 일각에서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은 민간이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키워줘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원순 시장 초기, 서울시는 공유경제 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놨습니다. 이어 공유경제 기업을 살리겠다며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온디맨드의 성격을 가진 우버를 밀어내고 카풀 논란에 발을 뺀 서울시의 행보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란이 심해지자 그냥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서울시가 집중해야 할 대목은 민간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담론을 최대한 공론의 장으로 끌어와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서는 전혀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았으면서, 자기들이 플레이어로 뛰어들려는 장면은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제주도와 함께 블록체인 산업의 허브를 천명하고 나섰습니다. 부디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치적쌓기의 일환’이라는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