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계에 리마스터 열풍이 불고 있다. 20주년을 맞은 리니지가 이달 리마스터를 앞두고 있고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3도 리마스터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리마스터란 기존 게임의 그래픽을 향상시키거나 콘텐츠를 추가해 최신 트렌드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 리마스터를 이용하면 게임사는 게임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유저들은 과거에 즐기던 게임을 다시 즐길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리마스터는 주로 오래된 게임에 적용된다. 국내에서 그 대상은 대부분 PC게임이다. 리마스터 효과가 두드러진 게임으로는 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 향상, 언어 패치 등을 골자로 한 리마스터 버전을 발매했다. 이는 수많은 스타크래프트 골수팬들이 다시 마우스를 잡게 했다.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좀더 활성화됐고 스타크래프트 전 프로게이머들의 개인 방송도 늘어나며 스타크래프트를 보는 시청자들이 늘었다. 

펄어비스는 지난 8월 자사의 PC MMORPG 검은사막에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했다. 리마스터 효과로 국내와 북미·유럽 이용자가 각각 23% 증가했다. 리마스터를 통해 복귀 이용자와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펄어비스는 설명했다. 특히 복귀 이용자는 120%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리마스터 업데이트는 했던 게임을 다시 하고 싶은 욕구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는 방증이다.

인기 게임의 리마스터는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주년을 맞은 리니지에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선보인다. 그래픽과 UI, 자동사냥·모바일 뷰어 도입, 신규 클래스 검사 추가, 다른 서버 이용자와 경쟁하는 월드 공성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리니지 리마스터의 반응은 뜨겁다. 인기 BJ를 중심으로 리니지 리마스터의 신서버에서 게임을 시작할 혈원을 모집하는 모습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포착됐다. 리니지와 리니지M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리마스터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리니지M 유저들은 리니지의 리마스터로 리니지M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출처=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는 지난달 미국에서 개최한 자사의 게임쇼 블리즈컨 2018에서 실시간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 버전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공개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이은 또 다른 리마스터다. 블리자드는 자사의 대표 전략 게임 2종을 모두 리마스터 버전으로 발매하고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평이 나오기 때문에 워크래프트3의 리마스터에도 관심이 쏠린다.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이 아니라 IP(지식재산권)를 이용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부 유저들은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새로운 방식이 아닌 과거에 자기가 하던 게임을 다시 즐기고 싶다는 게 이유다. 이 경우 명작을 망칠 것이라는 비난도 쉽게 나온다. 

최근엔 ‘디아블로 이모탈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블리자드의 대표 핵앤슬래시 PC온라인게임인 디아블로는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약 20년간 디아블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다음 시리즈가 나올 경우 팬들의 호응도 뜨겁다. 블리자드가 지난달 블리츠컨에서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인 디아블로 이모탈을 공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팬들은 모바일이 아닌 PC버전 디아블로2 리마스터 또는 디아블로4를 기대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모바일 버전이 나온 탓이다. 

기대와 다른 게임이 나오자 유저들은 큰 실망감을 표했고 이는 블리자드 액티비전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발표 이후 블리자드 액티비전의 주가는 크게 떨어져 하루만에 시가 총액이 한화 기준으로 약 4조원 가량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창세기전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나뉘었다. 지난 10월 출시한 안타리아의 전쟁은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한 스타 개발자 김태곤 PD가 개발책임을 맡아 화재가 되기도 했다. 

게임이 공개된 이후 혹평과 호평이 갈렸다. 호평하는 측은 게임성 자체가 괜찮다는 평이었지만 혹평을 하는 측은 기존 창세기전을 너무 많이 바꿔놨다는 불만이 두드러졌다. 사실 안타라이의 전쟁은 리마스터 버전이 아니라 창세기전 IP를 이용한 다른 게임이므로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유저들은 원작을 그대로 구현하지 않았다는 점에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 향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저들이 리마스터 버전을 원하는 이유는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리마스터 버전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그들에게 다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준다는 평이다. 인기 게임의 리마스터는 성공 확률이 높지만 인기 게임의 IP를 이용한 리메이크는 유저들의 비난을 받기 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