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정상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재계가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0일 ‘다중대표소송제도가 상장 지주회사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다중대표소송제도가 기업에 끼칠 수 있는 우려점을 지목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 다중대표소송관련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 출처=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은 고(故) 노회찬 의원과 이훈 의원의 법안을 중점적인 예로 들었다. 한경연은 “노 의원과 이 의원의 법안은 단독주주권을 소송 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주식 1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독주주권은 주주가 단 1주라도 갖고 있으면 소송 등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한경연은 “노 의원안에서는 소속 가능한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회사’로 정해 상장 지주회사 시가총액 184조원의 0.000002%에 해당하는 금액인 350만원만 으로도 90개 상장 지주회사 소속 1188개 전체 계열사 임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LG의 경우 68100원인 ㈜LG의 주식 한주만으로 65개 계열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50만원은 90개 상장 지주회사 1주 가격의 합계고 지난 11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LG의 68100원도 11월 13일 종가기준이다.

한경연은 “채이배 의원안은 1억 2000만원(11월 13일 종가기준)만 있으면 ㈜LG자회사 중 13개에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의원, 오신환 의원,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상장 모회사 지분 0.01%이상 보유’ 및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50%이상 보유’안을 적용하면 184억 4000만원으로 90개 상장 지주회사의 자회사 중 72.1%인 408개의 기업에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한경연은 파악했다.

한경연은 올해 9월 30일 기준 173개 지주회사 중 90개 상장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다중대표소송의 의원별 법안의 영향을 분석했다.

기업 핵심기밀 유출 가능성도 우려

한경연은 노 의원과 채 의원안은 장부열람권 조항도 포함하고 있어 기업에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노 의원안은 모회사 주식을 1주만 갖고 있어도 모회사가 30%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하다.

한경연은 “장부는 기업의 원가정보, 거래관계, 장기사업계획, 연구개발(R&D)세부현황을 모두 담고 있어 장부를 열람하는 것은 기업의 기밀을 보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만약 해외의 경쟁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하게 되면 지주회사 주식을 1주만 구입한 후 자회사의 기밀을 모두 엿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해외 업체가 SK이노베이션의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싶으면 ㈜SK의 주식 1주를 사면 된다는 한경연은 “해외 경쟁사가 우리 기업의 기밀을 빼내는 것은 물론 적은 지분으로 소송을 제기해 경영활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말헀다.

한경연은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소송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상법상 기본원칙인 법인격 독립의 원칙을 부인해가면서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현재 다중대표소송을 명문으로 입법화한 나라는 전 세계서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과 영국은 판례로 인정하지만 완전 모자회사 관계를 요구한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기업에게 또 하나의 족쇄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때는 제도 도입의 영향, 타국에서 보편적으로 도입됐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