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경기 하강 국면에서 내수의 부진을 수출이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 동행과 선행 지수가 모두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경기 하강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세계 경기 하강을 포함한 경기 하방 리스크에 적극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경기 하방 리스크 관리를 통한 경제 복원력 강화’ 경제주평을 통해 수요부문별, 산업별 경기 동향을 분석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성장했는데 순수출의 기여도가 1.9%p로 내수의 성장기여도 –1.3%p를 상쇄했다.

▲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과 주요 경제활동별 생산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수요부문별 동향 어땠나

연구원은 소비부문은 잠재력을 유지했고, 설비투자 부진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10월 소매판매는 비내구재가 부진했지만 내구재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구원은 “10월 소매판매는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어 높은 증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소비 부문의 잠재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에서는 침체 속도 완화가 감지됐지만 선행지표에 뚜렷한 회복 모멘텀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설비투자는 반도체 산업 중심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한 기저효과로 부진세가 지속중”이라면서 “다만 10월들어 설비투자 선행지표중 국내기계수주액증가율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지만 자본재수입액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긍정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건설경기에서는 건설기성은 침체 국면을 지속했지만 선행지표(건설수주)는 민간 부분의 부진을 공공 부문이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건설투자는 10월중 동행지표(건설기성)상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모두 부진한 모습을 기록중이지만 10월중 건설수주액(선행지표)은 민간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공공부문 수주가 크게 늘어 전년 동우러대비 12.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경기는 둔화됐고, 고용창출력은 미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에서는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돼 향후 수출 경기에 대해 낙관하기 어려운 핵심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중무역분쟁이 본격화된 5월을 정점으로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다가 11월에는 감소세로 전환됐다는 점은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고용에서는 10월 전체 체감실업률과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전년 동월대비 모두 상승했다. 10월 체감실업률은 11.1%로 전년 동월 10.4%보다 상승했고, 청년체감실업률도 22.5%로 전년동월 21.6%보다 높아졌다.

물가에서는 생활물가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원자재가 상승과 환율 상승 영향으로 급등했던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활물가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최근 2개월 연속 2%를 기록했다. 또 가계와 기업의 경기상황에 대한 심리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연구원은 파악했다.

산업별 경기 동향에서는 광공업과 서비스업에서 큰 폭의 기술적 반등을 보이면서 생산도가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4분기 들어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현상도 혼재돼 있어 산업 경기의 방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연구원은 “재고증가율이 확연이 둔화되고 출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제조업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을 꾸준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미약하지만 소비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전체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전년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건설업에서는 공공부문의 토목과 건축 수주가 크게 확대되면서 전체 건설수주가 증가세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 실업률과 주요 산업별 취업자 증감.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경기 하방 리스크는 무엇?

현구원은 5가지의 경기 하방 리스크도 지목했다. 세계 경제 경기 하강, 중국 및 ASEAN 경제위기, 건설업 장기 불황, 유동성 제약 및 예비적 저축동기 확대로 인한 소비절벽, 산업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경기 하강이 5가지 리스크로 꼽혔다.

세계 경제는 내년 주요국들의 경기 확장세가 대부분 미흡한 가운데 미국의 성장 견인력 악화로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에서도 내수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고 내적 불안요인 심화로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점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게되면 중국과의 높은 경제의존성을 감안해보면 한국경제에도 리스크가 전염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중국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게 되면 한국 수출증가율은 1.6%p하락,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에서는 건설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미분양 증가 및 시중금리 상승으로 기업 경영난이 심화되는 것이 리스크로 지목됐다. 소비에서는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이끌었던 내구재 소비가 최근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여 경제를 받쳐줄 힘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원은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 및 고용 부진에 따른 구매력 약화가 가계의 유동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계 심리 악화로 인해 미래소비를 위한 저축 동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경쟁력 약화도 리스크 중 하나로 꼽혔다. 연구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총수출 증가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이미 상당수 주력 수출산업들이 고전하는 양상이 지속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경제 리스크가 거시적 안정성 및 내수 복원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정적 성장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경제 순환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유지, 경제 체력 강화,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취약부문에 대한 정책지원 확대와 정책 효율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