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마트가 대형마트의 본고장인 미국 유통업계 진출에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LA의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매장 부지를 확보한 데 7일에는 이어 미국의 식자재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인수를 결정하며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해외시장 진출로 극복하고 '글로벌 웨이 이마트'를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정용진 부회장의 용기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유통업체만의 성공DNA를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려도 많다. 아마존 포비아(Amazon-phobia)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으로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의 무덤이라고 지칭되는 미국 유통시장에서 과연 이마트가 살아남아 시장입지를 확실히 다질수 있겠느냐다.  앞서가는 기우일지는 몰라도 틀림없이 최근 5년간 많은 중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아마존 포비아'의 희생양이 되었다. 지금도 문을 닫는 유통업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만큼 10년만의 경기 침체를 다시 걱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해외 유통시장 개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의견과 함께 최근 상투 신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고려할 때 시기가 좋지 않음을 우려하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굿푸드 홀딩스?

굿푸드 홀딩스(Goodfood Holdings)는 미국의 식자재 유통업체다. ‘홀딩스’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굿푸드 홀딩스는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굿푸드 홀딩스는 프리미엄 식료품 잡화점 브랜드 ‘브리스톨 팜스(Bristol Farms)’와 ‘메트로폴리탄 마켓(Metropolitan Market)’ 그리고 건강식품·뷰티 상품군 중심 식료품 매장 ‘레이지 에이커스(Lazy Acres)’ 등 3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브리스톨 팜스는 LA와 샌디에이고에 12개 오프라인 점포를, 메트로폴리탄 마켓은 시애틀에 7개 점포, 레이지 에이커스는 LA와 샌디에이고에 5개 점포를 운영해 이를 모두 합치면 굿푸드 홀딩스는 미국 서부지역에 총 24개의 오프라인 식료품 유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출처= 굿푸드 홀딩스 홈페이지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굿푸드 홀딩스의 연간 매출은 6700억원으로 기록됐고 현재 약 3100명의 임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마트가 밝힌 굿푸드 홀딩스의 인수 금액은 2억7500만달러(약 3073억9500만원)이다. 이마트는 현지 자회사인 ‘PK리테일 홀딩스’의 3242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국 유통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스 채용박람회에서 정 부회장은 현장의 기자들에게 “미국 시장에는 ‘PK마트(가칭)’라는 이름의 아시안 푸드 매장으로 진출할 것이며 첫 진출 지역은 미국 서부지역이 될 것”이라면서 “준비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내년(2019년) 5월에는 1호 매장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비인구 감소로 인한 국내 수요 감소의 문제에 대응하는 유통의 시장 확장전략으로 해석되면서 업계는, 신세계의 ‘이 다음’ 행보에 주목했다.  

이에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끊임없이 미국 등 해외 유통시장을 관찰했다. 정 부회장은 직접 해외에 나가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시장 조사를 하는 모습들을 자신의 SNS에도 공개하며 해외시장 확장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계속 표명했다. 

▲ 출처= 신세계그룹

시기가 좋지 않다?

신세계와 정용진 부회장 나름의 계산이 있어 이마트의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겠지만, 현재 미국 시장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결정의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역대 최장의 상승세를 유지해온 미국의 증시가 최근 휘청거리기 시작하면서 미국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21% 떨어진 2만4465.64를 기록했다. 여기에 에스앤피(S&P)500 지수도 1.8% 하락했다. 미국 증시의 두 대표 지수는 지난 10월부터 서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두 달 간 미국의 경제 상승국면을 이끌었던 글로벌 기업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주가는 각각 39%, 25%, 20%, 36%, 20%씩 하락했다. 5대 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미국 증시에서는 1조달러(약 1200조원)가 증발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업체들의 증시 폭락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미국 진출 준비의 시기가 좋지 않음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신세계 정도의 국내 대기업이 미국의 유통시장에 진출을 한 적은 없지만, 현지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수많은 중소 유통업체들은 결국 현지에서 쓰디쓴 실패의 맛을 봤다. 그 정도로 미국 시장은 많은 수요가 있다는 장점과 함께 위험 요소가 큰 시장이다. 여기에 가뜩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5월을 목표로 한 신세계의 도전은 큰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PK마트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이마트의 현지 오프라인 유통 인프라 확보라는 측면에서 지금의 준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인 만큼 좋은 시기를 골라야 할 텐데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한 계획 조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