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출처= 현대백화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사업 규모, 업계 내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내 3대 유통기업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이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는 유통업과 연결된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 접점이 있어 뭘 해도 치열한 경쟁구도가 이뤄지는 기업이다. 반면, 두 기업과 함께 3대 기업 범주에 들어가는 현대백화점은 유통업의 변화와 관련된 이슈에서 다소 뒤처지고 있다. 그런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다양한 시도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 국내 3대 유통기업 경영자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출처= 각 사

오프라인 중심 경영

온라인 유통은 빠른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입지는 예전과 달리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통업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롯데와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의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키는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점포를 중심으로 한 사업에서 아직까지도 크게 벗어나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물론 현대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Hmall’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오프라인을 뒷받침하는 정도이기에 경쟁업체들의 이커머스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운영은 아니다.

그렇기에 현대백화점그룹이 걷는 유통업의 확장 노선은 롯데나 신세계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운영을 중심으로 한 자신들만의 여러 가지 변화 방법들을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사업 다각화 전략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전략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일 분야 판매에 특화된 현대백화점의 ‘전문 매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 일환으로 올해 1월 현대백화점 천호점은 이전까지 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 개 층을 유·아동 관련 상품과 체험형 콘텐츠로 꾸민 면적 4000㎡ 규모의 ‘키즈&패밀리관’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에는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8층과 중동점 7층에 다양한 수입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전문 편집매장 ‘포하우스’를 열었고 압구정 본점 별관 2층에는 281㎡ 규모의 요가 전문매장 ‘자이 요가 스튜디오’의 문을 열었다. 일련의 변화는 넓은 상품군이 아닌 필요한 분야의 상품을 전문으로 매장으로 고객 수요 맞춤형 매장을 추구하는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  
           

▲ 현대백화점그룹의 건축 인테리어 건재재 계열사 현대L&C. 출처= 현대백화점그룹

상반기 현대백화점그룹이 추구한 변화가 전문 매장이었다면, 하반기의 변화는 영역의 확장이다. 10월 현대백화점그룹은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를 인수를 확정지은 후 지난 3일 새로운 법인 현대L&C를 출범한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가구·인테리어 소품 사업부문 현대리바트의 사업 영역을 건자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또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1월 서울 무역센터점에 최초의 면세점을 연다.

지난 4일에는 IT계열사 현대IT&E를 통해 서울 강남에 VR 체험 공간 ‘VR스테이션’의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약 3960㎡ 규모의 VR스테이션 강남점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VR게임 콘텐츠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이 제작한 VR 영화·미디어아트·웹툰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 IT&E 관계자는 “VR스테이션은 강남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2020년까지 비롯한 전국 주요 광역상권 10개 이상의 VR스테이션을 계획 중”이라면서 “국내외 유명 VR 콘텐츠 발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원테이블 신제품 출시로 제품의 구성을 늘리는가 하면 화장품 편집숍 브랜드 ‘코스메플레이스 아포테카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백화점그룹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들과 오프라인 지향 상품구성을 선보이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그룹의 IT계열사 현대IT&E가 운영하는 VR체험존 VR스테이션. 출처= 현대백화점그룹

전망은?     

올해 3분기 현대백화점그룹은 연결기준 매출 4370억1400만원, 영업이익 798억80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 14.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일련의 성과들은 오프라인 점포의 실적 개선을 통해 이뤄졌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오프라인의 매출로 실적 개선을 이룬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련의 변화들이 반영된 실적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해석도 긍정적이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종목 평가에서 대해 ‘매수’ 의견을 ‘BUY’로 상향조정했다. 유 연구원은 “면세점 개점 초기 공격적인 광고, 홍보예산 집행에 따른 단기적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면세점 사업의 시작 자체만으로 밸류에이션 트랩(Valuation Trap·주가의 하락으로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의 실적을 감안하면 실제 주가가 저평가되지는 않았다는 것)에 갇혔던 현대백화점의 기업 가치는 재평가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문을 열 예정인 대전/남양주 아울렛(2020년),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1년)을 포함, 동탄아울렛, 백화점-아울렛-통합 온라인몰 그리고 정상 궤도에 진입할 면세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다각화로 향후 현대백화점그룹의 실적은 성장성과 함께 안정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 전략은 분명 경쟁사들과 다른 궤도를 지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확장경쟁이 한창인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현대백화점그룹의 행보는 다소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오프라인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다시 이야기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 유통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나름의 투자는 의미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마이웨이 오프라인 전략은 과연 장기 관점에서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