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연말을 맞아 은행들의 고객들을 잡기 위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달 선제적으로 수수료를 내린 국민은행에 이어 이달 우리은행이 수수료를 내렸다. 이달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곧 퇴직연금 수수료를 내릴 예정이라 은행권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수수료 인하도 좋지만 수익률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퇴직연금이란 기업이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과 생활안정을 위해 근로자 재직기간 중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재원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해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국민은행 퇴직연금 DB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국민은행
국민은행 퇴직연금 DC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국민은행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형 등 3가지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시에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적으로 확정돼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DC형은 사용자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제도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자기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171조1000억원으로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 퇴직연금 DB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 퇴직연금 DC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DB, DC 수수료를 인하했다. DB형의 경우 최대 0.08%포인트, DC형은 수수료를 최대 0.05%포인트다.

DB형 적립금자산평가액이 3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일 경우 최대 0.08%포인트, 3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일 경우 평가액 규모에 따라 운용관리수수료를 기존 연0.25~0.35%에서 연0.19~0.33%로 0.02~0.08%포인트 인하했다. 

DC형은 적립금자산평가액 3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일 경우 운용관리수수료를 기존 연 0.30~0.35%에서 연 0.27~0.32%로 인하해 0.03%포인트를 우대했다. DC형의 자산관리수수료는 평가액에 관계없이 모두 0.02%포인트를 인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를 통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DC형은 중소기업 가입률이 높은 상품이다.

현재 우리은행과 삼성화재, 신한금융투자 등은 근로복지공단의 자산관리 기관을 맡고 있다. DC형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가입한 기업 중 우리은행을 자산관리기관으로 선정한 기업들에게 자산관리수수료 0.02%포인트를 추가로 감면해 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액 구간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라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은행은 2015년 12월 퇴직연금 수수료를 내린 전례가 있으며 2017년 11월에는 IRP 수수료를 인하한 바 있다.

신한은행 퇴직연금 DB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신한은행
신한은행 퇴직연금 DC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신한은행

국민은행은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지난달 16일 퇴직연금 수수료를 가장 먼저 인하했다. 국민은행의 경우엔 DB, DC, IRP 등 모든 퇴직연금 유형을 다 인하해 상품 인하범위가 적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올해 6월 기준 DC·IRP 적립금 규모 11년 연속 1위 사업자이기도 하다.

신한은행도 이달안으로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한다. 현재 인하를 위한 약관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DB, DC, IRP 등 모든 유형을 인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시중 4대 은행 간 수수료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11일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할 예정이다. 우선 DB형 하나만 수수료를 내리고 평균적으로 0.7%에서 0.68%로 2bp(1bp=0.01%)를 인하한다.

잔고별로 50억~100억원, 100억~500억원, 500억~1000억원 구간이 4bp로 가장 인하 폭이 크다. 하나은행 역시 올해 4월 IRP 수수료를 내린 적이 있다.

하나은행 퇴직연금 DB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하나은행
하나은행 퇴직연금 DC형 운용관리 수수료. 출처=하나은행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시기가 이렇게 연말로 몰린 것은 소비자들의 퇴직연금 가입 시기가 11~12월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도 연말에 일시에 납입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다. 보통 10억~30억원, 30억~50억원 등의 구간에 고객 적립금 규모가 많아 10억~50억원은 주요 자산 구간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B같은 경우엔 30억~50억원, DC의 경우 10억~30억원 사이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를 비교해 운용 사업자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절차가 필요해 사업자 변경이 쉬은 일만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 사업자를 바꾸는 것은 노조 동의도 받아야 하는 등 생각보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처음 연금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선 수수료 인하도 좋지만 정작 중요한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외형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자산증식 측면에선 만족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 하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국민연금보다도 못 한 평균 1.9%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수익률 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