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소라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라 기자] 국내 제약사의 ‘수출효자’ 원료의약품 자회사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출 품목 특성상 환율 변화의 영향이 컸지만,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인도 기업들과의 경쟁 포화로 인한 수출 물량 축소도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유한양행(유한화학), 한미약품(한미화학), 종근당(경보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에스티팜) 등 원료의약품(API) 자회사 수출액이 일제히 금감했다.

이 회사들은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올해 실적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유한화학은 이번 3분기 API 수출이 1573억원에 그쳤다. 작년 3분기 2000억원 대비 21.3%나 감소했다.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API 수출액이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매우 크다.

수출 감소로 수익성도 크게 줄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04억원을 기록한 것과 달리 이번 3분기에는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한미약품의 한미정밀화학은 이번 3분기 수출액이 전년보다 60억원 감소한 612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감소 여파로 한미정밀화학은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일본 원료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종근당의 경보제약도 수출액이 100억원 넘게 감소했다. 경보제약은 작년 3분기까지 958억원어치를 수출했지만, 이번 3분기는 수출액이 853억 규모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올 3분기 135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나 감소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에스티팜은 이번 3분기 수출액이 55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작년 3분기 기준 수출액은 1231억원에 달했었다. 이 같은 변화로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에스티팜은 3분기 들어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473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원료의약품(API)이란 의약품 제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를 말한다. 치료제의 주성분이 되기 때문에 까다로운 공정과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에이즈치료제’, ‘C형 간염치료제’ 등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러시아 등 30개국에 국산 원료의약품이 공급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저가격을 내세운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미국 데이터 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은 2150억 달러(한화 약 23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0년 글로벌 점유율 10%에 불과했던 인도 업체의 비중은 2016년 32%까지 치솟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국산보다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실제 경보제약의 경우 이번 3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든 71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해외 저가 API의 국내시장 진출 및 국내 API사간 경쟁 심화”라고 내수 매출 하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출 품목은 환율 변동의 영향이 크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계약 만료시까지 신규 수주가 단기적으로 줄어보일 수 있다”며 “국산 원료의약품은 품질력으로 승부하고 있고, 글로벌 스탠다드도 고품질 원료 사용에 집중되고 있다. 장기적으론 중국·인도 업체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