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CFO가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출처= 유튜브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의 대표적 기술 기업 중 하나인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휴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는 미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캐나다 판사가 경찰이나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누출하지 말아 달라는 멍완저우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녀가 체포된 이유에 대한 추가 정보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즉시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미국 국회의원들은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화웨이를 비난하고 있고, 중국 당국은 멍 CFO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 타임스는 특집 기사를 통해 미국이 단지 경쟁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화웨이를 제재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화웨이는 어떤 회사인가?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는 중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성공 기업 중 하나로 서구의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현대 세계를 연결하는 하드웨어의 가장 큰 공급원이 된 첨단 기술의 거물”이라고 표현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에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를 판매하는, 중국 선전(深川)에 본사를 둔 중국 기술 기업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초 애플을 제치고 한국의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되었다.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최고 챔피언 중 하나인 화웨이는 세계 초강대국이 되려는 중국의 야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세계와 경쟁해 왔으며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계획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그러나 화웨이 기기가 국가적 안보 위협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 회사의 해외 진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미국 시민들이 화웨이 전화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안보에 관한 우려는 영국에서도 제기됐고 이어, 뉴질랜드와 호주도 5G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화웨이는 자사의 장비가 170개국의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2018년 상반기에 지난 해 대비 15% 성장한 474억 달러(53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아직까지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 화웨이는 5G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세계와 경쟁해 왔으며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계획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출처= NDTV Gadgets

멍완저우는 누구?

사브리나 멍 또는 캐시 멍으로도 알려진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화웨이 이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그녀가 은둔에 쌓인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이라는 점이다.

중국 건설은행(China Construction Bank)에서의 짧게 근무한 이후 그녀는 현재 46세에 이르기까지 화웨이에서 근무했다. 그녀의 남동생인 멍핑(렌 핑으로도 알려져 있음)도 화웨이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암암리에 후계자로 양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회사를 이끌 비전과 인격, 야망이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는 왜 체포되었을까?

이언 매클라우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멍완저우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어 7일 보석 심리가 예정되어 있다”고만 발표했다. 법집행 관계자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의 일환으로 그녀의 체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멍이 체포된 직후 화웨이는 성명을 발표하고 멍이 캐나다에서 환승하다가 미국 관리들을 대신하는 캐나다 당국에 의해 억류당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녀가 뉴욕 동부 지방법원으로부터 불특정 혐의를 받고 있지만 "회사는 멍의 혐의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멍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ZTE·푸젠진화 전철 밟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또 6일, 미국이 화웨이의 이란 제재 위반을 조사 중이며 이와 관련해 최근 화웨이가 불법 거래를 하기 위해 HSBC홀딩스를 이용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중국 장비업체 ZTE(中兴通讯)의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하는 등 중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기업이 통신망에 접근해 미국의 군사·산업 핵심 정보들을 빼내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미국은 지난 4월, ZTE에 대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이후 파산 위기까지 몰린 ZTE는 벌금 10억 달러 납부와 경영진과 이사회 교체 등을 단행하며 제재에서 풀려났다. 지난 10월 말에는 미 상무부가 중국 국영 반도체 제조업체인 푸젠진화(福建晉華) 반도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화웨이 멍 CFO의 체포는 무역과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에서 그나마 이끌어낸 불안한 휴전마저 위태롭게 됐다.  출처= VOA 캡처

중국의 반응은?

멍의 체포는 중국의 신경을 자극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멍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고 미국과 캐나다에 멍이 억류된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캐나다 당국은 미국과 캐나다 법을 전혀 위반하지 않는 중국 공민을 체포했다.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시 정부도 유사한 성명을 발표했다. 선전시는 “이 문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멍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번 체포는 미국이 화웨이의 5G 시장 진출을 막지 못하자 비열한 악당식 접근 방법을 쓰고 있다"고 비난하고, “불과 1주일도 안 된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에서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합의에도 명백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무역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멍의 체포는 무역과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에서 그나마 이끌어낸 불안한 휴전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진행중인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멍 CFO와 화웨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의 류웨이동 미중 관계 전문가는 "무역전쟁 협상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계산된 전략"이라며 "앞으로 휴전 90일 기간 동안 화웨이와 비슷한 케이스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국유기업이나 개인들을 향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멍 CFO의 체포가 미국과 동맹국들이 화웨이 기술 확산 시도를 막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도 주목하며 이번 사건이 글로벌 5G 기술 주도권을 쥐겠다는 중국의 야심과 기술굴기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와이대학의 에릭 하위트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번 체포는 단순한 대이란 제재법 위반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화웨이에 대한 견제로 이해해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아성을 넘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헝 뉴사우스웨일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도 "미국은 멍 CFO의 체포를 90일의 협상 기간 동안 중국 압박 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멍 CFO의 체포 시기 및 세부사항 등은 이번 사건에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연구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의 정치 리스크 분석가들은 "이러한 유형의 조치가 향후 협상 주변의 분위기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에 따라 양국간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올 가능성이 더 적어졌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한 90일 기한 내에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멍의 체포에 대해 화가 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 미국이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미국이 멍의 송환을 모색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일종의 인질같은) 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