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암호화폐, 블록체인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몇몇 디앱들이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지며 코스모체인이나 캐리프로토콜처럼 의미있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나 근간이 되는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기형적으로 자라 통제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단 국내의 문제는 아니지만, 특히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시작부터 뒤틀린 욕망을 먹고 자라난 괴물이 되고있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거래소 '먹튀'가 대표적이다. 거래소를 설립하는데 자금을 제공하면 높은 수익을 올려준다는 감언이설로 3700여명을 속인 사건도 벌어졌다. 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A씨 등은 서울과 부산에 사무실을 내고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위한 소액주주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펼쳐 총 314억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퓨어빗 사태도 있다. 11월5일부터 거래소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어 투자자 참여를 유도한 후 31억원을 모집하자 사이트를 폐쇄했다. 퓨어빗 관리자들은 자금을 모아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까지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때 암호화폐 상장을 통한 이른바 폰지사기가 기승을 부렸으나, 최근에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코인네스트 사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2월 정부가 실명확인 입출금 전환 서비스 전환을 발표하자 코인네스트는 예탁금 인출 러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와 경영진들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친인척을 동원해 예탁금이 인출되는 과정에서 가입자들이 매도한 암호화폐를 모아 다른 거래소를 통해 돈을 챙겼다. 지난 10월 법원은 김 대표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코인네스트 논란이 불거질 당시 업계에서는 '오죽하면 그랬겠나'는 동정론이 번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인네스트 사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존재이유를 되물어야 할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질적인 문제, 즉 해킹에 취약하다는 대목은 논란을 거치며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 거래소들은 소위 벌집계좌로 음성적인 거래를 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팀으로부터 과도한 상장 수수료나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빗썸이나 업비트, 코인원 등 대형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평가지만 역시 기술력 등의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코인 공동구매도 논란이다. 최근 코인트레이더의 최 모 대표는 공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정산을 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최 모 대표의 죽음과는 별도로 경찰 수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업계는 가짜 코인, 사칭 코인 문제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환차익 논란도 여전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가 더 저렴하다는 점에 착안,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관련 범죄 피해자는 최소 5만602명이며 피해액 규모만 4353억원이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논란이 대부분 거래소를 중심으로 불거지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암호화폐를 일종의 자양분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토큰 이코노미를 노려야 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앙 집중의 '화신'인 거래소가 필요이상의 권력을 쥐고 시장을 좌우하는 장면은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무법의 상태에 빠진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하면서 세부적인 각론은 없다"면서 "규제도 필요하기 때문제 일부 억지책은 있어야 하지만, 더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지난해 초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암호화폐 시세 폭등을 계기로 외연을 넓혔다는 지점도 중요하다. 암호화폐의 가치와 본질, 이에 따른 산업 시너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무작정 시세차익만 노리는 '탐욕'이 시장의 출발이라는 것은 불행이다. 탐욕에만 눈이 먼 자들이 무작정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기존 다단계 업자들도 신분세탁을 감행하며 시장에 진입하는 일도 많아졌다. 명확한 고민의 시간은 없었고,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오해만 가졌다는 뜻이다.

당연히 정보 비대칭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시장에 대해 이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두가 폭등하는 암호화폐 시세만 바라봤고, 이 과정에서 '한탕'하려는 이들이 정보를 왜곡하거나, 대중에게 오해를 유발시켰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은 역순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암호화폐 폭등-탐욕-문제있는 자들의 시장 진입-시장 왜곡-정보의 오류와 비대칭에 따른 대중의 오해'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대중의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암호화폐의 본질과 시사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전개하며 대중의 오해를 풀고 정보의 오류와 비대칭을 해결한 후 시장의 왜곡을 막고 문제있는 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찾아야 한다. 이후 탐욕으로 점철된 시장의 개념을 바꾼 후 진정한 의미의 암호화폐 촉진(폭등)으로 나가야 한다. 의미있는 디앱의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