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우리 엔진에 의심이 많았다. 전면 검토한 결과 틀리진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생각뿐이었고 상황은 달라졌다.”

김재윤 딥서치 대표의 말이다. 약 2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그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최근 딥서치로부터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던 만큼 단도직입적으로 수익에 대해 물었다.

김 대표는 “흑자전환을 바로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있어 ‘흑자전환’이란 ‘성공’이나 다름없다. 갈 길은 멀지만 성과가 나온다는 점은 ‘적자’라는 가장 큰 고민을 덜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딥서치’는 사명이자 개발 엔진의 이름이다. 기존 사명은 위버플(Uberple)이었다.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우버의 자회사냐는 질문이 쇄도했다고 한다. 엔진 이름을 사명으로 변경한 이유다.

딥서치는 일반인이 들었을 때 “뭔가 서치(Search)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김 대표가 추구하는 사업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과거 한게임에서 게임 ‘건스터’의 개발자로 일했다. 그러나 건스터는 흥행하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고 이어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회계사로의 변신이었다. 그의 변화는 멈추지 않았고 다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전직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몸을 담으면서 기술이 많은 산업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김 대표는 금융업과 기술에 대한 접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정보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가 창업에 나선 배경이다.

중요한 것은 김 대표는 금융지식은 물론 프로그래밍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두 분야를 고루 섭렵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과거의 복합적 이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김 대표는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빅스비’에 딥서치가 탑재된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보다 그 AI를 통한 자체 서비스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를 알기 위해 굳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뜻이다.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김 대표의 철학과도 맞물린다. 빅데이터와 AI의 궁합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딥서치는 현재 국내 상장·비상장 기업 데이터를 대부분 확보했다. 국내외 뉴스, 기업공시, 증권사리포트 등 비정형 정보와 금융시장 데이터를 결합해 빅데이터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딥서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SNEK’(딥서치 운영)으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도 정형은 물론 비정형데이터가 담겨 있다. 외부 전문필진들이 글을 올리며 그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투자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SNEK은 현재 딥서치의 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딥서치는 SNEK 대비 빅데이터 부문에서 더 파워풀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테마 검색이다. 통상 태양광 등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관련 기업들이 나온다. 해당 기업들의 태양광 사업과의 관련성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나 딥서치에서 테마를 검색하면 기업들의 해당 사업과의 연관성을 도표로 보여준다.

김 대표는 “기업을 분석할 때는 일일이 뉴스도 검색해야 하고, 재무데이터도 가져와야 한다. 너무 불편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현재의 딥서치다. 사업을 할 때, 시장 수요를 감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변수는 늘 존재하고 또 다양하다. 그 변수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가 엔진을 전면 검토한 배경에는 단연 수익을 빼놓을 수 없다. 애착은 있지만 냉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쩌면 모든 사업가들이 고비라고 느끼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앞에 있어도 모른다. 이 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 같다.”

김 대표의 고민이 깊어가는 시기.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하루하루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바로 앞에 있던’ 성과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정보 회사를 기점으로 국내 운용사, 증권사들과 줄줄이 계약을 맺으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딥서치의 상황을 완벽한 ‘성공’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날 딥서치를 시연하는 순간에도 김 대표는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매순간은 ‘성공’이라는 탑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빅스비’에 딥서치가 탑재됐다는 것은 단순 호재를 떠나 빅스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부여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100% 만족을 느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