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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바이오 사태, 시작은 거래소다
이성규 기자  |  dark1053@econovill.com  |  승인 2018.12.09  11:33:19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 회계 여부가 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22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만큼 시선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상장 폐지 시 국내 증권시장에는 과거 미국의 ‘엔론 사태’와 같은 비운의 역사로 기록된다.

삼바 관련 얘기를 하다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귀결된다. 경제 문제보다는 정치의 문제라는 뜻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문제는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논란이 됐던 모든 사건을 뒤집어야 하는 판이다. 삼바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렇게 사태가 확산된 시발점은 단연 ‘상장’이다. 거래소는 삼바의 성공적 IPO를 위해 상장 규정도 완화했다. 국내 우수한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보다는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국내 시장 발전에도 긍정적이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여기서 ‘우수한’의 기준이 무엇일까. 거래소 입장에서 우수한 기업은 주식 거래규모가 큰 기업이다. 만약 삼바의 가치가 1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면 관련 규정을 변경했을까.

삼바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의 가치평가 과정을 보면 가관이다. 보유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은 물론 증설 예정 생산능력까지 기업가치로 산정했다. 한 마디로 “현재 공장은 없지만 앞으로 늘릴 테니 확대하는 부분을 가치로 인정해 달라”는 소리였다.

사실 이 부분은 주관사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IB들은 상장기업이 시장에서 되도록 높게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상장여부를 심사하는 거래소의 결정에 달렸다. 분식회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례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꺼리지 않고 받아들인 것에 대해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거래소는 증권시장에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슈가 터지면 늘 한 발짝 물러 서 있다. 상장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폐지는 나 몰라라 한다.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왜 나스닥행을 막았나. 증권시장에서의 투자는 상장이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물론 기업이 경영을 하다 보면 어려워질 수도, 성장할 수도 있다. 삼바는 이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래소 또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거래소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물어야 한다.

상장이라는 것은 경영인들에게 있어 하나의 ‘목표’나 다름없다. 기업 매각을 통해 훌훌 떠날 수도 있고, 투자자를 모집해 더 큰 목표를 이루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장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이뤄지고, 심사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면 누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하겠나.

해마다 연중행사처럼 진행하는 해외기업 상장 로드쇼의 성과는 있는가. 돈만 뿌리고 오는 격이다. 유치한 해외기업들의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기업인데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일까. 투자자들은 믿지 않을 뿐이다.

삼바 사태는 단순 정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 거래소의 상장 규정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수준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심사기준과 이에 맞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삼바 사태에 대한 거래소의 책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상장과 폐지가 반복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영원히 외면을 살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나스닥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수준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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