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6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DS부문장을 맡고있는 김기남 사장을 부회장으로, 노태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기남, 고동진, 김현석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소위 3K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회장 4부회장 체제로...키워드 김기남
이번 정기 사장단 인사는 김기남 사장, 노태문 부사장 등 2명의 승진자만 배출했다.2015년 사장단 인사 당시 김현석, 전영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후 가장 보수적인 인사다. 삼성전자의 대내외적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있으나 수퍼 사이클 종료에 대한 이견이 엇갈리는 한편, 갤럭시 신화가 주춤하고 있어 당장 4분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성장동력이 크게 주춤하는 상황에서 비록 90일의 휴전에 돌입했으나 미중 무역전쟁의 여진도 상당하다. 기존의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보수적인 사장단 인사를 단행, 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들이 모두 교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고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내년 초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조용한 사장단 인사'를 지향했다는 말도 나온다.

▲ 김기남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출처=삼성

김기남 DS사업문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대목은 삼성전자 특유의 신상필벌, 성과주의 기조를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을 기록했으며 반도체에서만 매출 24조7700억원, 영업이익13조 6500억원을 기록했다. 낸드는 평택에서 생산하는 64단 3D V낸드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디램(DRAM)도 10나노급 제품으로 전환을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각 응용처별 고객 요청에 적극 대응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경우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매출이 277억5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197억8900만달러보다 40.2% 증가했으며 삼성전자는 43.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161억4100만달러의 점유율을 기록해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72%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도 3분기 40.8%의 점유율을 기록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42억달러를 반도체 시설투자에 투자하는 한편, 경기도 화성에 EUV라인과 평택에 2개 메모리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화성은 2019년 완공 계획이며 60억달러를 투자한다. 평택도 2019년 완공 계획이며 시안은 총 70억달러를 투입한다.

반도체 부문의 기록적인 성과가 현재의 삼성전자를 지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 중심에서 김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이해할 수 있다.

김 사장은 1981년 입사 후 20년 이상 메모리 반도체 고집적화, 즉 미세공정 작업의 핵심역할을 수행했으며 현재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 시스템 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다.

경쟁자에게는 '공포'이기도 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김 사장이 DS부문장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12월 "김기남 사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이 되자 SK하이닉스는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그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김기남 사장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사장이 지독한 워커홀릭이며, 그의 사업적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사장은 저녁을 먹은 후 사무실로 돌아와 '모두 어디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며, 토요일에도 출근해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서 미세공정 개발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 전략의 중심에도 김 사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내년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을 어떻게 가다듬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김 부회장은 이번 승진과 함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부품사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김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삼성전자는 '이건희, 권오현 회장 - 이재용, 윤부근, 신종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2회장 3부회장 체제에서 '이건희, 권오현 회장 - 이재용, 윤부근, 신종균, 김기남 부회장'인 2회장 4부회장 체제로 재편됐다.

▲ 노태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출처=삼성

노태문 사장 승진...5G 의식했나
김기남 사장 승진과 더불어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이 사장에 선임되 지점도 눈길을 끈다. 이어질 임원인사에서 IM부문 승진자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 부사장의 사장 발탁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와 5G 시너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 사장은 휴대폰 사업의 성장을 이끌면서 갤럭시 신화를 만들어 온 장본인으로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갤럭시 신화의 부흥을 위해 꼭 필요한 인사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는 주춤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인도에서도 샤오미에 밀리고 있으며 글로벌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19%, 화웨이는 14%, 애플은 12%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유독 심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에서 삼성전자는 26%의 점유율로 39%의 애플에 크게 뒤지고 있다.

내년 반전을 노린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도래하는 5G 시대를 맞아 5G 단말기 청사진도 공개했다. 퀄컴이 4일(현지시간) 스냅드래곤 855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의 굳건한 협력관계를 강조한 대목이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X50 모뎀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내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등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폴더블 스마트폰 등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의 진화도 모색하고 있다.

5G와 하드웨어 폼팩터의 파격적인 변화로 갤럭시 신화의 재연을 꿈꾸는 삼성전자는 노 사장의 승진으로 확실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