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수입차의 성장을 놓고 할부·리스시장을 빼놓기 어렵다. 2000년대 이후 수입차의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차종별 트림 다변화와 더불어 수입차 금융자회사의 등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자회사가 만들어낸 다양한 금융상품에 힘입어 오토리스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이르렀다. 국내 소비자는 다소 저렴한 가격에 고급 수입차를 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서 이 시장에 빠르게 접근했다. 수입차는 금융자회사의 할부금융 사업에 집중하면서 연평균 70%의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수입차 금융계 빅3의 고속성장

2000년대 수입차들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2002년 벤츠가 국내 법인을 출범시키고, 수입이 끊겼던 푸조도 한불모터스를 통해 재진출했다. 2003년에는 혼다와 페라리, 마세라티가, 2004년엔 아우디, 닛산이, 2005년에는 폭스바겐이 국내 법인을 발족했다. 미쓰비시는 2008년 MMSK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닛산도 판매를 시작했다. 2009년에는 토요타가, 2010년은 스바루가 차례로 시장 문을 두드렸다. 2001년 시장 점유율이 1%도 못 미쳤던 수입차는 2010년 6.9%의 점유율을 이뤄낸다. 건설업체부터 화장품, 생활용품, IT업체 등 각양 각색의 회사들도 이때 딜러 시장에 발을 들인다.

다양한 수입차 법인·딜러사의 등장과 함께 생겨난 것이 수입차 캡티브 캐피탈사다. 판매가격이 높은 수입차의 특성상 대중 소비를 북돋기 위해 할부금융 등 금융서비스가 필요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들은 캡티브 캐피탈사를 설립하여 자사 차량 판매를 촉진했다.

이 시기에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2001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2002년), 알씨아이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2003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2005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2010년) 등 수입차 금융회사가 생겨났다. 상대적으로 사업규모가 작은 대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 캐피탈사와 금융업무를 제휴해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운영한다.

핵심은 캡티브 캐피탈사가 메이커와 금리정산약정, 최적화된 금융상품 설계, 공동 프로모션 등 활발한 연계영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계열 브랜드 물량을 보유하지 않은 여타 캐피탈사와 비교해 수익원을 쉽게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폭발적인 성장 배경을 조성했다.

수입차의 유통망은 브랜드별로 하나의 수입사가 다수의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인지도가 높은 상위 수입차 브랜드는 딜러사의 차량 취급비중을 결정하는 수입사와 연결돼 있다. ‘벤츠코리아-벤츠파이낸셜코리아-한성모터스’와 같은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의 성장은 수입차 캐피탈사 성장으로 직결된다.

캡티브 캐피탈사 중에서는 벤츠와 BMW·MINI, 아우디·폭스바겐이 ‘빅3’를 구성해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의 성장은 총채권 규모에서 나타난다. 총채권은 할부·리스·대출채권 등을 더한 회계 값이다.

2011년 빅3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당시에는 BMW가 1조7654억원의 규모로 독보적인 시장 지휘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벤츠와 아우디·폭스바겐이 급성장하면서 수입차 시장 개방 이래 최초로 연간 20만대를 넘어선 2015년, 빅3는 나란히 2조원 이상의 총채권 규모를 형성한다. 이들의 시장별 세그먼트 내 경쟁구도도 명확해진다. 상품 믹스를 보면 벤츠가 7000만원 이상 고가 모델 비중이 높다. BMW와 미니는 주력 상품군이 5000만~7000만원대,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3000만~4000만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빅3의 세그먼트 비중에 따라 이들의 연체자산(1개월 이상) 규모도 결정된다. 벤츠의 경우 연체자산이 지난 5년간 1% 이상을 넘지 않는다. 이는 고신용자 위주로 캐피탈 타깃을 잡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벤츠관계자 역시 “판매 차량 자체가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고신용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면서 “연체율이 낮은 것이 이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우디·폭스바겐도 2016년을 제외하고 100억원 규모 이상 연체자산이 증가하지 않는다. 다만 BMW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274억원의 연체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산업 평균 연체자산이 52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개별로 보면 BMW는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4.95% 늘어난 4조906억원의 총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할부가 1조2006억원, 리스가 2조99억원으로 각각 22.73%, 7.54% 증가했다. 벤츠는 같은 기간 16.53% 늘어난 3조6511억원을 기록했다. 할부자산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30.78%를 기록했고, 리스는 8.9% 성장했다. 디젤게이트로 인해 판매중단이 불가피했던 아우디폭스바겐은 1조4793억원의 총채권을 유지했다. 전년 대비 45.09% 급감했다. 할부는 66.97%, 리스는 47.7% 감소했다. 다만 올해 판매를 재시작한 만큼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 2017년 산업평균은 나이스신용평가의 평정을 마친 23개 회사 기준. 자료=각 사 공시 취합, 나이스신용평가

캐피탈채 양극화, 수입차도 견뎌낼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서 국내 기업계와 금융계 캐피탈 자산 양극화 조짐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규모가 크고 대주주지원 여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AA급 캐피탈사와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 취약한 A급 캐피탈사 간 조달금리 격차는 2016년 초반 10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에서 올해 6월 120bp 수준으로 약 0.2%포인트 확대됐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캐피탈사의 영업환경에서 자금조달 경쟁력은 중요한 요소”라면서 “국내 영업에서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금융이 조달금리 우위에 있는 AA급 캐피탈채로 쏠리면서 A급 캐피탈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A급에 속한 캐피탈사들은 대부분 금융계지만, A급에 속한 캐피탈사들은 기업계다. 자동차 금융 시장에 은행 등이 합류하면서 시장이 치열해졌다. 경쟁심화와 함께 시장 금리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캐피탈 업체 간 조달금리 양극화를 가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상위지배기업의 자금 지원 여력이 있는 수입차라고 할지라도 시장 배경과 맞물린다면 캐피탈채 시장에서 선전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까지 운융리스와 금융리스 개념으로 리스가 운용돼 왔지만, IFRS 16이 내년 도입된다면 운용리스 개념이 사라지고 사실상 금융리스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등록명의와 리스 리스크가 이용자로 지정되는 만큼 금융상품 판매의 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그간 국내 자동차 소비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리스 시장 규모를 유지해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앞으로 수입차 캡티브사가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판매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