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이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폭되고 있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에서 정상 회담을 갖고 “90일 간의 협상을 진행하며 그 동안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자 전 세계 시장은 이를 반기며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대 약진(great leap)을 이루었다”고 말했고 중국도 “미국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낙관론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회담 후 양쪽 진영에서는, 심지어 백악관 내에서도 다른 말들이 나왔다. 양측이 90일이 지나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며, 관세 전쟁이 다시 재점화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얘기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아침 트위터에 “우리는 합의에 도달(Real Deal)할 수도 있고 도달하지 못할 수(No Deal)도 있다. 결국에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관세를 원치 않으므로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정상 회담이후 미국 행정부측에서 ‘승리’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 중국 관리들은 ‘당혹스럽고 짜증난다”고 말했다고 소식에 정통한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미국 관리는 “중국과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양보를 공개적으로 ‘승리’라고 표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WP는 또 중국은 협상 시한 90일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농산물의 구매를 ‘즉시’ 늘릴 것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BC도 5일, 미중이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공동성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출처=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월가도 양국간 무역 전쟁 중단 결정을 환영했지만, 데드라인을 지연시키는 것이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1일 정상회담 이후 3일 개장한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4일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3대 지수가 모두 3% 이상 급락했다. 특히 나스닥은 4% 가까이 폭락했다.

관료들의 말이 각각 다름에 따라 미중 무역 분쟁이 타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역 협상팀을 누가 이끌 것이냐에 대해서도 혼선이 있었다.

당초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끌 것이라고 예상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을 맡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부인하는 등 약간의 잡음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에서 수입하는 차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 데 중국과 합의했다. 현행 세율은 40%"라고 밝혔다.

그러나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관세를 인하하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자는 논의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커들로 위원장뿐만 아니라 므누신 장관도 “자동차 관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즉각 시행하고 향후 90일간 진행하는 양국 무역협상을 전진시키도록 하겠다고 언명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재삼 강조하면서 "양국 경제무역 문제 담당팀이 명확히 예정된 일정표에 따라 90일 동안 교섭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합의에 도달한 특정 사항의 시행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미중 협상기간이 90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