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5일 자전거 업체인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와 함께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카풀 등 지엽적인 모빌리티 영역에서 분쟁이 커지고 있으나 전체 모빌리티 업계를 보면 고무적인 큰 그림이 보인다. 여기에는 우버와 리프트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추구하려는 이동의 라스트 마일 개념 체화와, 기업 운영적 가치판단도 포함되어 있다.

▲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와 알톤스포츠 김신성 대표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이동의 라스트 마일
카카오 모빌리티에 따르면 제휴 3사는 복잡한 도심의 새로운 교통 인프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협력함으로써 자동차 사용으로 인한 대중교통의 혼잡도를 줄이고, 원하는 거리만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 빌리티는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의 전기 자전거를 활용해 내년 1분기 중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점진적으로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 T를 통해 전기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전거 도로 운행법 요건에 부합되는 전기 자전거에 한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은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들과 비슷한 행보다. 우버와 리프트가 대표적이다.

우버의 경우 최근 전기 스쿠터 공유업체를 연이어 인수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전기 자전거 업체인 점프바이크를 인수한 상태에서 미국 IT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버가 미국 전기 스쿠터 업체인 버드나 라임을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지난 7월 구글 벤처스와 함께 버드나 라임 투자에 나서는 등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버는 왜 전기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 업체를 인수하고, 또 인수하려는 것일까. 우버와 같은 기업들이 합리적 소비의 공유경제가 아닌,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온디맨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 생태계 확장이 핵심으로 보인다. 우버에게 전기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의 미묘한 차이는 큰 상관이 없으며, 굳이 공유경제를 표방한 온디맨드 플랫폼 사업자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우버는 자동차를 넘어 자동차가 커버할 수 없는 다양한 교통 수단을 확보해 소위 이동의 라스트 마일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기 자전거, 스쿠터 업체들은 시장의 크기가 확장되는 이득을 얻는다.

우버택시를 이용해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버택시를 호출해 자동차 도로가 있는 대로변에는 무리없이 이동할 수 있다. 문제는 집이 복잡한 골목길을 돌아가야 한다면? 자동차가 갈 수 없고 도보 등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 이 대목에서 우버앱으로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이동하고, 좁은 길은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로 이동하는 장면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통의 라스트 마일이 가능해진다. 모빌리티의 영역이 자동차는 물론 모든 이동 플랫폼을 품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전제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우버가 지난 5월 영국의 민영철도회사 버진트레인(Virgin T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버진트레인의 웹사이트에서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문자메시지로 우버 탑승 예약 링크를 받아 도착한 역에서 바로 우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종의 승차공유와 기존 철도망의 연결, 즉 이동의 라스트 마일이다.

큰 틀에서 탈 자동차 전략은 우버의 플라잉택시 등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디디추싱도 2017년부터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 리프트의 행보가 고무적이다. 출처=리프트

우버보다는 리프트 모델이 더 유리하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상용화를 두고 택시업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카풀은 전체 모빌리티에서 극히 일부며, 진정한 모빌리티라면 이동하는 모든 것의 플랫폼화를 노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부터 자율주행택시, 자율비행 플랫폼도 노리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쏘카의 자회사 VCNC의 타다가 '친절한 기사, 쾌적한 환경 경험'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이러한 큰 그림이 없으면 대규모 자본을 들고 시장에 진입해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일격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새로운 플레이어는 카풀 등 국내 모빌리티 규제가 어떻게든 해결된 상태에서 등장하는 외국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우버의 모델보다 오히려 우버의 숙적, 알파벳 웨이모의 파트너인 리프트 모델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리프트도 우버와 동일하게 세부적인 이동의 라스트 마일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리프트는 공유 자전거 기업 모티베이트를 약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웨이모와의 협력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ICT 큰 그림이 웨이모가 추구하는 자율주행택시 등의 비전과 맞아 떨어지면 폭발적인 성장세도 가능하다. 산업 진입장벽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때 조직 내 성추행, 해킹 문제로 이미지를 버린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대외적으로 기업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다. 우버가 딱딱한 비즈니스 맨의 분위기라면 리프트는 색감부터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셀럽을 동원해 편안한 승차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사회문제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때 반 이민정책을 펴며 지탄을 받을 당시 우버는 이른바 '폭리' 지적을 받았으며, 당시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리프트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기금을 마련하는 등 상대적으로 노련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풀 논란을 거치며 진퇴양난에 빠졌고, 정치권도 움직일 수 있는 여론의 힘이 절실한 상태다. 이 대목에서 본 제휴를 통해 이동의 라스트 마일을 체화하는 한편 리프트처럼 영악한 조직 운영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카카오 모빌리티에게 리프트는 좋은 참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