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1년이 지나야 끝이 나는 보드게임이 있다. 컴투스 보드게임 동호회 ‘지니어스’에서는 그런 게임도 하고 있었다. 일부 게임은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로 돼 있는데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게임을 번역해서 즐기는 열정도 돋보였다.
기자는 지난 11월 27일 컴투스의 보드게임 동호회 지니어스 정기 모임이 열린 서울 금천구 사옥을 찾았다. 모임 시간은 퇴근 후 오후7시. 그들은 동호회 활동 전 회사 내 휴게공간에서 저녁으로 피자를 먹고 있었다. 인원은 대략 30~40명 정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회원들은 청바지, 면바지, 면티, 후드티, 맨투맨 등 편안히 입고 있었는데 언뜻 대학교 동아리 활동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니어스는 지난 2014년 8월 탄생해 올해 4주년을 맞았다. 컴투스에서 가장 활성화된 사내 동호회로 평가받는다. 회사의 이미지와 가장 어울리는 동호회이기도 하다. 현재 총원은 약 67명이며 게임 회사 특성상 남초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이 동호회만큼은 여성회원들의 비중도 전체의 30~40% 수준으로 높다. 현재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직원도 여성이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의 특성 덕으로 풀이된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이며 평일 퇴근 이후 모여서 참가율이 높은 편이다. 모임 전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하고 싶은 게임이 있는 사람이 팀장을 맡고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한다. 팀 단위로 보드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팀별로 다른 게임을 한다.
이날 저녁 식사가 끝나자 회원들은 각자 팀원을 찾아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5개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즐겼는데 팀원 간 많은 대화가 오갔다. 웃음소리도 주기적으로 들렸다. 보드게임이 친목 도모에 긍정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니어스의 회장을 맡고 있는 기획팀 배정인(31) 선임은 “보드게임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면서 “특히 게임을 하다 보면 개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알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 업무가 프로젝트 팀 단위 중심으로 운영돼서 같은 팀원들끼리는 친하지만 다른 팀 직원과는 알기 힘든 한계가 있는데 그런 장벽을 허물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팀원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입사원 윤주성(28) 씨는 “회사 직원들과 모여서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부러워한다”고 밝혔다.
지니어스 회원들은 지난 4년간 보드게임을 하며 점점 다양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대중적인 게임을 위주로 즐겼지만 차츰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소 마니악한 보드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그 예로 ‘팬데믹 레거시’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게임은 12회 차에 걸쳐서 게임을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매 판 스토리가 이어지며 마지막 판을 끝내면 엔딩을 볼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플레이하면 1년이 지나야 끝이 나는 셈이다. 게다가 플레이 도중 게임 카드에 기록을 남기거나 카드를 찢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한 판을 하면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
‘왕좌의 게임’도 한 판에 3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기도 하는 게임이다. 이렇게 장시간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일부 회원들은 비공식 수시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나간다. 외국어로 된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해외에 즐겨보지 못한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기 때문에 직접 번역하며 즐긴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동호회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엔 한 달 동안 보드게임 토너먼트를 열어 우승자에게는 상을 주기도 했다. 동호회에는 1인당 지원금을 지원하고 그 외 외부활동, 대외지원 등에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보드게임 동호회를 통해 모회사 게임빌과의 교류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4년 차 개발자 김태인(28) 씨는 “최근 회사 내에서 게임 대회나 게임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열었다”면서 “직원들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지원해준다고 느꼈다. 업무적으로도 저는 서머너즈워 개발을 맡고 있는데 게임 운영에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서 함께 게임을 만들어간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니어스 회원들은 컴투스의 장점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꼽았다. 류진영(28) 씨는 “자유롭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는 점이 좋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많아 코드가 잘 맞는다”고 말했다. 컴투스가 첫 직장이라는 임재현(25) 씨는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직원들이 모두 친절해서 짧은 기간 안에 적응하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인(29) 씨는 “유연 근무제와 자유로운 복장이 마음에 들고 아이디어 공모전, 이벤트 등을 통해 회사 직원들이 즐겁게 회사에 다닐 수 있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