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제유가가 4일(현지시각) 산유국 감산 기대로 이틀째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6%(0.3달러) 상승한 배럴당 5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7%(0.42달러) 오른 62.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이르리란 기대로 유가 상승을 견인했지만, 당사국들이 정작 감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승폭은 제한됐다. 러시아의 감산 동참 소식에 뒤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감산을 장담하지 못 하겠다는 전언이 나온 것이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석유 수급과 생산에 대한 각국의 전망을 들어야 한다면서 감산을 장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 후 2019년까지 산유량 감산 협정을 연장하기로 정했다.

당사국들은 오는 6일부터 7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산유국 회동에서 감산을 논의할 방침이다. 시장은 원유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OPEC과 러시아가 감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 최근의 유가 급락이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유류 수요 불안정에서 기인한 만큼, 분쟁이 휴전으로 일단락되면서 수요 감소 우려 불식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감산합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스 반 클리프 ABN암로 선임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의 알 팔리 장관 발언이 러시아를 향하고 있는 메시지라면서, 누군가는 감산의 총량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밥 야거 미즈호 증권 선물부문 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서 감산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가격에 좋은 조짐이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재고 증가가 반전을 이루려면 OPEC과 러시아가 일일 130만 배럴을 감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원유 재고를 감안할 때 미국산 원유가 가격 적정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지난 9월 생산된 원유는 하루 469만배럴에 이르렀다. OPEC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을 차지한 이라크의 일일 생산량은 466만 배럴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