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둥의 'JD X 미래형 레스토랑'에서 로봇이 손님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출처= 징둥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매출이나 기업의 규모를 놓고 비교하면 알리바바와 징둥 사이에는 눈에 확 띄는 큰 격차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는 어디까지나 ‘지금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 세계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흐름에 누가 더 가까이 다가가는가에 따라 지금의 우열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두 업체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부분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첨단 기술과 온라인 유통 그리고 오프라인 유통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알리바바의 신유통(新零售)과 징둥의 무경계소매(無界零售)가 정면으로 맞붙은 것이다.

“냉장고를 없애겠다”

창업주인 마윈 회장의 후계자인 현 알리바바 CEO 장융(張勇)은 “허마셴성(알리바바의 온-오프라인 통합 식품 유통 상점)으로 고객들의 냉장고를 없애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유통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예다. 마윈 회장은 이를 ‘신유통(新零售)’이라고 했다.

신유통은 알리바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온·오프라인을 융합해 전자상거래를 재정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유통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보다 기술을 활용해 고객경험, 재고관리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것을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효율적인 운영 체계와 연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알리바바의 ‘허마셴성(盒馬鮮生·Hema)’이다. 허마셴성은 알리바바가 운영하고 있는 회원제 신선제품 매장이다. 허마셴셩에서는 고객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식품을 고르면 직원은 천장의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보낸다. 쇼핑을 마친 고객은 계산대로 가 대금을 결제하고 배송을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상품을 손에 단 한 번도 들지 않고서도 쇼핑을 할 수 있다.

▲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 매장. 허마 슈퍼마켓(Hema Supermarket). 출처= 알리바바

여기에 허마셴성은 시기별로 다른 고객들의 선호도를 분석해 빅데이터를 만들어 이를 상품 주문과 물류에 적극 활용한다. 이 데이터들은 재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상품 발주량 계산과 그리고 자동화 운송 시스템은 가장 효율적인 물류 운송 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된다.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비용만큼 상품의 유통 단가를 낮춘다. 오프라인 점포를 지역의 유통 거점으로 충분하게 활용하고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알리바바 신유통의 결정체다. 중국에는 상하이, 베이징, 선전, 항저우를 비롯한 13개 도시에 46개의 허마 셴성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 허마셴성은 상하이와 베이징 소재 매장 25곳에서 24시간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일련의 신유통 체계들은 알리바바의 식료품 배송 플랫폼 어러머(Ele.me), 창고형 매장 RT마트 그리고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 지점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 알리바바의 기술이 반영된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출처= 스타벅스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2017년 12월 알리바바는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와 협업으로 실시간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 기술을 적용한 매장인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를 상하이에 열었다. 이 매장에는 알리바바의 모바일 타오바오 앱과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됐다. 모바일 타오바오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매장 안내도, 커피 및 차 메뉴, 선호하는 음료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매장 곳곳을 스캔하면 커피, 추출 방법, 로스팅 과정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매장 방문 고객에게 전송되는 가상 배지를 모으면 스타벅스 로스터리를 소재로 한 맞춤형 SNS용 사진 필터도 제공된다.

징둥, 알리바바와 ‘전면전’

징둥은 올해 광군제 행사를 앞두고 알리바바의 또 다른 라이벌로 손꼽히는 중국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전문업체 ‘텐센트(Tencent)’와 협력한 기획전 ‘징둥×텐센트 무경계소매(京腾无界零售)’를 선보이며 알리바바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일련의 공격적 마케팅은 성과를 거뒀고 징둥은 지금까지 광군제에서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매출 실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징둥은 올해 광군제(11월 11일~12일 이틀 기준)에서 1598억위안(약 25조97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알리바바와의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는 징둥의 가파른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무경계소매(無界零售)

무경계소매는 말 그대로 ‘소비가 이뤄지는 영역에 경계나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의미상 알리바바의 신유통과 큰 차이는 없다. 징둥이 무경계소매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람 없이 운영되는 유통 점포인 ‘무인 매장’이다.

징둥은 지난 2017년 10월 본사가 있는 중국 베이징에서 첫 번째 무인상점을 열었고 이후 현재 중국 전역에 2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징둥의 무인상점은 RFID(무선인식), 안면인식, 화상인식 등 첨단 인공지능 기술들이 활용되는 점포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카메라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적외선 열지도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트래픽 흐름, 선택되는 제품, 그리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재고 관리와 제품 진열을 비롯한 전반적인 매장관리에 활용한다. 일련의 기술들은 수많은 실험으로 점점 정교해졌고 징둥은 이 기술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한다.

지난 8월 징둥은 인도네시아에 무인점포 ‘JD.ID X-마트’의 문을 열어 운영하기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톈진에 ‘JD X 미래형 레스토랑’ 1호점을 열었다. JD X 미래형 레스토랑은 주문, 조리, 서빙에서 계산까지 스마트 로봇과 인공지능이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무인 레스토랑이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테이블의 바코드를 스캔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이 내역은 요리담당 로봇에게 전송되고, 로봇은 조리를 시작한다. 음식 조리가 끝나면 서빙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까지 전달한다.

▲ 징둥이 광군제 기간 동안 톈진에 운영한 ‘JD X 미래형 레스토랑’ 1호점. 출처= 징둥

JD X 미래형 레스토랑은 드론, 무인 배송 차량, 무인창고 기술 등과 더불어 징둥의 또 다른 무인 자동화 시설 모델 중 하나로 차별화된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징둥의 비전이 반영된 시도로 평가됐다.

일련의 결과물들은 중국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약 1만2000명의 징둥 엔지니어들이 일궈낸 성과들이다. 징둥은 이 연구 인력들을 활용해 데이터 사이언스, 가상/증강현실, 로봇공학, 무인자동차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징둥은 물류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연구하는 센터인 ‘스마트 도시 물류 연구소(Urban Smart Logistics Institute)’는 이름의 기관을 설립해 첨단 기술과 연결된 유통-물류 환경을 조성하는 연구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일련의 시도들은 모두 징둥이 외치는 목표인 ‘무경계소매’를 구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자, 알리바바의 신유통에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되고 있다.

두 기업의 한국 비즈니스

알리바바와 징둥이 이커머스 영역에서 아직까지 한국과 직접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는 않다. 아마존이 한국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닷컴 코리아를 운영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두 업체는 아마존이 ‘글로벌셀링’이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의 판매자들을 해외 아마존에 입점시키고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것과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다만, 이전까지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 한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알리바바와 징둥 모두 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한국의 뷰티·패션 그리고 K-POP 한류 관련 상품 판매자들의 직접 입점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최근 두 회사는 나란히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한국의 판매자들에게 각자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