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 글로벌 유통업계를 움직이는 변화들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아마존’이라고 답할 것이다.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와 첨단 물류를 하나로 아우르는 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아마존보다 더 많은 수요를 감당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2위 기업 징둥(京東)그룹이다. 특히 두 기업은 우리나라 상품의 중국 현지 판매에 있어 큰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는 아마존 ‘만큼’ 혹은 다른 측면에서 그 이상으로 중요한 기업이다. 우리 유통업계가 반드시 잘 알고 있어야 할 중국 이커머스 업계 숙명의 라이벌 두 기업, 알리바바와 징둥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800조원의 80%, 두 개 업체

중국 상거래 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연 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B2C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2016년 기준)는 5조3000억위안(약 856조원)으로 기록됐다. 이 중 중국 온라인 마켓 시장 점유율 1위는 57.7%를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티몰(TMALL)이, 그리고 2위는 25.4%를 차지한 징둥닷컴(JD.com)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2개 업체가 800조원에 이르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업계의 약 8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2018년 광군제 행사 무대에 오른 알리바바 CEO 장용 출처= 알리바바

광군제, 그리고 알리바바의 힘

알리바바의 힘을 설명하는 것으로 가장 좋은 예는 바로 일 년에 한 번, 매년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여는 특가할인 기획전 ‘광군제(光棍節)’다. 광군제는 2009년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시작된 쇼핑 이벤트다. 초기에는 타오바오만의 작은 행사로 시작했지만 점점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이 이 할인 행사에 동참하면서 규모는 계속 커졌다.

이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는 올해 광군제에서 발생한 매출을 보면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월 11일,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광군제 행사로 발생하는 매출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공개했는데, 정확히 11월 11일 0시 00분에서 11월 12일 0시 00분까지 24시간 동안 광군제로 발생한 매출은 약 2135억위안으로 기록됐다. 이를 원화를 계산하면 약 34조5891억원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회사인 삼성전자의 2018년 3분기(7~9월) 동안 벌어들인 매출은 65조원, 영업이익은 약 17조5000억원으로 이는 삼성전자 역사상 최고 실적으로 기록됐다. 알리바바는 삼성전자 한 분기 매출의 절반 그리고 영업이익의 2배를 11월 11일 단 하루 동안 벌어들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유통가 최대 할인행사의 원조 격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지난 11월 24일, 현지시간)’ 하루 동안 미국 유통업계가 벌어들인 돈은 약 62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7조원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알리바바와 광군제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알리바바의 광범위한 사업 영역

1999년 창업자 마윈(馬雲)에 의해 설립된 알리바바 그룹은 작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자상거래, 전자결재/금융서비스, 물류관리,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이르는 수많은 사업 부문들을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 알리익스프레스, 티몰(TMALL), 타오바오(Tao Bao), 라자다(LAZADA) 등으로 대표되는 알리바바의 주역 사업인 이커머스 유통채널은 IT기술이 적용된 온-오프라인 인프라와 마케팅 자원을 기반으로 판매자, 브랜드, 기업이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판매자들이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이커머스 채널은 알리바바 그룹이 총 거래액(GMV) 기준 세계 1위 소매 전자상거래 기업에 올라가있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소매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의 연간 활성 소비자(Annual Active Consumers· 전자상거래 서비스 이용자) 수는 약 5억5200만명에 이른다. 알리바바는 자사의 이커머스 업체들을 eWTP(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부르고 있다.

▲ 출처= 알리바바 기업 소개자료

알리바바는 차이냐오 네트워크(Cainiao Network)와 계열사 코우베이(Koubei)를 통해 물류와 지역 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그리고 금융서비스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 서비스(Ant Financial Services)를 통해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는 플랫폼 비즈니스 외에도 미래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2014년 알리바바그룹은 미디어 업체 차이나비전미디어를 약 8억달러(약 8800억원)에 인수해 2015년 7월 미디어 사업부문 자회사 알리바바 엔터테인먼트그룹을 설립했다. 현재 알리바바 엔터테인먼트그룹은 9개의 관계사가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업체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온라인-모바일 전용 영상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개최된 ‘2018 징둥 디스커버리 컨퍼런스’에서 징둥의 디지털 과학기술 부문 천 성챵 대표이사가 연설하고 있다. 출처= 징둥

징둥, 또 한 마리의 용

알리바바나 아마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징둥(京東)그룹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기업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14억 이상인 중국의 거대한 내수 소비에 기본 바탕을 둔 징둥의 비즈니스 체계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징둥의 영향력까지 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알리바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유통기업이자 세계 3위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 기업이다.

1998년 중국 베이징을 근간으로 한 오프라인 가전제품 유통 상가로 시작한 징둥은 원래 온라인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던 업체는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징둥이 온라인 기반 유통 비즈니스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02~2003년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었다. 사스의 유행으로 전염을 우려한 중국의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점포 방문이 줄어들자, 창업자인 류창둥(劉强東)은 소비자들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2004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다. 이것이 징둥의 시작이다.

위조 상품에 대한 ‘무관용 원칙’

류창둥 회장의 점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가치는 바로 위조(가짜) 상품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다. 중국의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거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인식은 중국 내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류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절대 가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항상 고수했고 이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징둥의 비즈니스 기반이 바뀐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징둥의 경쟁력이 됐다. 이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거듭한 징둥은 2014년 미국 나스닥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이후 2016년에는 중국 인터넷 기업 최초로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등재되기도 한다.

가장 강력한 ‘물류’

중국 유통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나 규모로는 알리바바가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런 알리바바도 징둥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업 부문이 있으니 바로 물류사업 부문이다.

징둥은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제대로 가져다주는, 즉 ‘라스트 마일(Last-Mile)’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았다. 징둥은 중국 전 지역 소비자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징둥은 자국 내 약 7000개에 이르는 배송의 거점과 약 500개에 이르는 대규모 풀필먼트(고객의 주문에 맞춰 상품을 선별하고 포장해 배송까지 하는 물류 시스템) 센터와 소규모 물류센터 그리고 온도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탄탄하게 짜인 징둥의 물류 인프라는 중국 인구의 99%에 이르는 소비자들에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가 됐다.

징둥, 알리바바를 이미 제쳤다?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징둥의 광군제 행사에서 징둥은 사상 최대 규모인 1598억위안(약 25조97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만 30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알리바바와 비교하면 액수로는 다소 뒤처지는 수치지만, 중국 재계에서는 알리바바보다 징둥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중국의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中华全国工商业联合会)’는 ‘2018 중국 민영기업 500강 조사연구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를 이끄는 매출액(2017년 연간 기준) 상위 500개 현지 민영기업을 선정했다. 1위는 2017년 매출 6039억위안(약 97조6989억원)을 기록한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Huawei)가 차지했고, 3623억위안(약 58조6128억원)을 기록한 징둥은 전체 4위로 기록되며 중국의 인터넷 기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놀랍게도 이 500대 기업의 명단에 알리바바의 이름은 없다.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글로벌 IT기업인 일본의 소프트뱅크로 중국 내에서는 ‘외자(外資)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