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트룩시마 제품 모습.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이 개발한 혈액암‧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앞서 판매를 시작한 유럽 시장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과 트룩시마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 램시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트룩시마는 2019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미FDA가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발표해 바이오시밀러 공정 시장 경쟁을 독려하는 가운데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트룩시마가 미국 시장에서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셀트리온, 유럽서 오리지네이터 시장점유율 압도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오리지네이터)은 글로벌 제약사 존스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다. 램시마는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가 조사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유럽 출시국에서 54%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오리지네이터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섰고, 꾸준히 성장 중이다.

▲ 램시마와 트룩시마 유럽 시장 점유율(연도별). 출처=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램시마도 출시 초기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4년 출시 당시 점유율 1%, 2015년 11% 수준이다. 1년 만에 점유율을 10%나 끌어올린 건 바이오시밀러의 특징인 오리지네이터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 우위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램시마 시장점유율은 2016년 30%, 지난해 47%로 급증했다.

트룩시마는 지난해 출시 이후 7%대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를 유통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트룩시마 점유율을 급증시켰다. 트룩시마는 아이큐비아 조사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유럽 리툭시맙 시장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6월 유럽에 출시된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는 시장점유율 7%를 달성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까지 유럽 전역에 출시될 예정이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2개 주력 제품 유통망 활용과 국가별 맞춤 유통 전략으로 트룩시마와 유사하게 높은 시장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램시마, 미국서 시장점유율 차차 증가…트룩시마 진출 임박

미국에서 램시마는 2016년 4분기에 출시됐다. 셀트리온의 미국 파트너사인 화이자(Pfizer)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미국에서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 매출은 7100만달러(약 8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400만달러에 비해 108.8% 증가한 수준이고 전 분기 매출 6300만달러에 비해 12.7% 성장했다. 누적 매출액은 1억6600만달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억1800만달러로 시장점유율은 약 10%대 미만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의 미국 진출은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램시마 유럽 점유율은 성숙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후 미국 시장 점유율 침투 속도가 중요하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미국 램시마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 13%를 예상하며, 2019년 경쟁심화가 예상됨에 따라 점유율 20%를 전망한다”면서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정책, 셀트리온 파트너사인 화이자와 J&J의 독점 소송 결과 등에 따라 침투 속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오리지네이터 레미케이드 매출액 추이(왼쪽)과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 매출액 추이. 출처=블룸버그, 화이자, 신한금융투자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 호재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글로벌 제약사 로슈(Roche)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비호치킨림프종 치료 오리지네이터 ‘맙테라(해외 제품명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를 미FDA로부터 비호치킨림프종 치료제로 사용을 승인 받았다.

트룩시마는 미국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이는 맙테라의 복제약으로 가장 먼저 시판 허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이태영 KB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주요 경쟁사였던 글로벌 제약사 산도즈(Sandoz)가 포기함에 따라 트룩시마는 초기 선점이 중요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태영 애널리스트는 “(트룩시마와) 가장 가까운 경쟁약은 화이자의 ‘PF-05280586’이다. 화이자는 올해 9월에 미FDA에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예상 허가 시기는 2019년 3분기로 트룩시마와의 격차는 최소 7개월 이상 발생한다”면서 “이외 경쟁자는 아직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세 번째 이후 경쟁 제품은 2020년 하반기에나 미국 시장에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네이터 리툭산의 주요 특허 만료 시점은 이달 18일이다. 판매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마케팅 파트너인 글로벌 제약사 테바(Teva)는 트룩시마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FDA,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정책 발표…셀트리온에 호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약을 시장에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처방약 가격 인하 계획인 ‘미국 환자 우선(American Patients First)’를 발표했다. ‘바이오시밀러 정책(Biosimilars Action Plan, BAP)’는 앞선 계획의 후속조치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규제 개선안을 담고 있다.

BAP의 주요 전략은 바이오시밀러와 상호교환가능한 제품 개발과 경쟁을 가속화하고, 개발에 있어 연구와 규제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이 있다. 또 환자, 의료서비스 제공자, 보험사 간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소통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요한 점은 FDA가 후속 제품을 통한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지연시키려는 시도를 줄여 시장 경쟁을 지원하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미FDA가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에 대해 오리지네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진입을 늦추기 위해 법정 소송을 걸거나, 특허 관련 분쟁을 시도하고, 보험사 등에 합법인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 등을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서근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FDA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시밀러와 교차처방 가능 제품에 대한 새로운 검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우호적 정책 환경이 예상되며, 제품 출시와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확인한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미국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BAP가 나온 배경에는 ‘약가 인하’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레미케이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처방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약 2200억원 아꼈다.

영국은 기존에 오리지네이터를 투약한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를 2차 치료제로 처방했지만, 재정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차 치료제로 조기 처방을 권장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치료효과가 오리지네이터에 비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 미국(왼쪽)과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추정 생산 비용 비교. 출처=L.E.K analysis, KTB투자증권

다만, 정책 측면에서 FDA와 미국정부가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방안이 없고, 정책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하영 KTB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BAP가 적용되는 시기까지) 더 많은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개발을 마치고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면서 “지금 바이오시밀러 제조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가격 할인으로 처방 유인을 높이고, 더 많은 프로모션과 의료진 교육 활동으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긍정 인식을 확산시켜야 하며, 지속해서 신속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위 방법은 모두 제품 가격은 낮추면서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셀트리온 미국 시장 진출에는 바이오시밀러 생산 원가를 최대한 낮춘 상태의 가격 경쟁과 비용 지출에도 마진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거나, 미리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