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캐피탈산업의 수익성 하방압력이 지속된다는 신용평가사의 전망에도 일부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은 오히려 상향 조정됐다. 이들은 모두 금융계열 캐피탈사다. 현재 불리한 산업환경에서 주주의 지원여력이 큰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의 힘을 앞세워 자금조달력에서 일반 캐피탈사들은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에는 자금조달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불황  속 캐피탈사들의 차별화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 올 상반기 캐피탈사 수익성 추이와 수익과 비용률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상반기 이후 신평사, 캐피탈사 수익성 하방 전망
 
올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캐피탈산업이 각종규제와, 경쟁심화, 금리인상 등으로 수익성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카드사의 약진과 캐피탈사의 위축은 거스르기 힘든 추세”라며 “규제 강화와 경쟁심화로 운용수익률이 지속 하락하고 조달금리 인상으로 이익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스신용평가도 10월 올 상반기 캐피탈사의 재무실적은 양호하지만, 산업환경은 도전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신평은 “심화한 경쟁강도와 감독당국의 높은 규제강도는 금리변동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캐피탈사의 고객 가격 교섭력과 사업기반을 제약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이후 금리인상기로 전환된 가운데 점진적인 조달부담 상승과 저신용 차주 대상 여신의 대손부담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이 수익성의 하방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보고서에서 “자동차금융 시장의 확대를 견인한 국산 신차 승용금융은 신용카드사의 취급 확대로 전속(Captive) 캐피탈사 혹은 금융제휴 캐피탈사를 제외하면 시장 진입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금융그룹 계열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됐다.

금융그룹 캐피탈사 신용등급 상향조정

지난달 26일 한국기업평가는 DGB캐피탈(A0)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자산다각화에 기반한 자산성장·사업안정성 제고, 우수한 자산건전성 지표 유지, 운용수익률 상승·대손비용 경감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이틀 뒤인 28일 나신평과 한신평은 메리츠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양사의 등급상향 요인으로 ▲사업안정성 개선 ▲양호한 이익창출능력 ▲장기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구조 개선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나신평은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나신평은 신용등급 상향 이유로 ▲양호한 리스크 관리능력 바탕으로 사업안정성 제고 ▲ 우수한 자산건전성 ▲운용자산 규모 확대추세와 우수한 수익성 ▲원활한 조달구조 장기화를 제시했다.

한신평도 메리츠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신용등급 상향 사유로는 ▲유상증자로 영업기반 확대 ▲양호한 이익창출능력 유지전망 ▲장기회사채 위주 조달로 자금조달구조 개선을 꼽았다.

NH농협캐피탈의 경우 나신평은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변경했다. 나신평은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유로 ▲다변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경쟁지위 제고 ▲이익창출능력 개선추세 ▲이익의 내부유보와 농협금융그룹의 재무적지원을 바탕으로 자본적정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한신평은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NH농협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신용등급 상향 사유는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사업안정성확보 ▲강화된 리스크관리로 안정적인 건전성 ▲유상증자로 레버리지 부담 완화를 꼽았다.

최근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이 3사의 공통점은 금융그룹 계열사라는 점이다. DGB캐피탈은 DGB금융그룹의 자회사다.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종금증권, NH농협캐피탈은 농협금융그룹의 자회사다.

▲ A급 캐피탈사들의 단기차입 의존도 추이와 이자비용율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은행지주 캐피탈사 다변화도 안정적

지난달 19일 한기평이 발표한 ‘진화 중인 A급 캐피탈사, 어디로 가고있나?’에서는 A급 할부리스사를 주주·수익기반 유형별로 분류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A급 할부리스사들은 업권내 경쟁 심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중 DGB캐피탈은 A급 할부리스사 중 유일하게 은행지주회사를 모회사로 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DGB캐피탈은 계열의 지원에 기반을 둬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우수한 조달구조와 낮은 조달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박광식 평가전문위원은 “DGB캐피탈은 DGB금융지주덕분에 타 사보다 우수한 조달구조와 낮은 이자비용부담은 자산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데 여유를 제공하며, 일부 자산이 부실화될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대손비용을 인식할 수 있게 한다”면서 “지주로부터 2013년 이후 총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아, 자복확충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DGB캐피탈의 수익기반 성장과 다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DGB캐피탈은 2012년 말 3000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자산 규모가 모회사의 자금지원과 영업연계, IT시스템 투자, 인력 충원·신규지점 개설 등에 힘입어 2018년 9월말 기준 2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40%를 웃도는 증가율이다.

메리츠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데에도 금융그룹 계열사라는 점이 작용했다.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종금증권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지난해 4월 지주 자회사에서 메리츠종금증권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재우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자산 성장에 따른 적시 자본확충이 보다 쉬워지고, 앞으로도 이익 누적에 기반한 자본 증가와 필요하면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본적정성을 관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NH농협캐피탈의 유사시 지원가능성. 출처=한국기업평가

NH농협캐피탈에 대해 황철현 나신평 금융평가실장은 “유상증자 등 농협금융그룹의 재무적 지원과 은행, 증권 등 금융계열사와의 사업적 연계는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주요 동력”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시장평균을 웃도는 자산상장을 통해 시장지위가 제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증권 또는 기업 등 기타 계열사 애큐온캐피탈, 효성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의 신용등급은 자산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다변화하느냐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강화, 경쟁심화, 조달금리 상승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지원 없이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큐온캐피탈은 최근 많이 늘어난 개인금융이 대부분 개인신용대출로 이루어져 있고, 올해 들어 개인신용대출 부문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모회사인 애큐온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에 따른 지원부담이 내재돼 있다.

효성캐피탈은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 변경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조달구조 안정화가 필수불가결하다. 캐피탈사들은 조달 측면에서 주주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시장 신뢰를 유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박광식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수신기능 없이 여신업무만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타 금융업권에 비해 자금 조달구조와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유동성이 경색된 시기에 은행계 캐피탈사는 계열로부터의 지급보증과 자금대여에 힘입어 수익기반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면서 “통상  은행계 캐피탈사는 경쟁사 대비 단기차입의존도가 낮은 수준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