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종합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는 매년 해피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기업의 조직문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부터 일하기 좋은 환경, 소위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개념에도 일찌감치 주목한 바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들의 긍정적인 조직문화, 즉 해피한 컴퍼니(회사)가 일상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초 기획부터 해피컴퍼니는 즐거운 조직문화와 기업의 공적인 활동을 조명하며 행복한 기업의 조각들을 맞췄다.

▲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즐거운 회사의 딜레마

아드리안 고스칙의 저서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당근법칙>은 회사의 조직문화를 다루며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에 주목한다. 그는 채찍이 아닌 당근이 인재를 유입시키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근무 효율을 높이는 비결을 ‘직원들의 바램에 대한 회사의 강력한 의지’와 ‘직원들이 일을 원만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도구를 구비하는 것’을 비롯해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서 채찍보다는 당근을 통해 근무 의욕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당근의 정체다. 단순히 직원에게 임금을 많이 주는 것일까? 아니면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일까? 물론 큰 범위에서 당근의 개념에 포함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대관계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과 직원의 유대관계, 직원과 직원의 유대관계가 탄탄하게 정립되면 응축된 폭발력이 생길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비전으로 일사분란하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차적으로 조직의 일관성과 신용, 협력이 거론된다. 기업은 변하지 않는 원칙을 통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주고 그 위에서 직원들의 신용을 얻는다. 여기서 협력의 가치를 통해 자유로움과 엄격한 ‘돌격 앞으로’가 공존하게 되는 셈이다.

딜레마는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당근법칙’의 뒤편에서 발생한다.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업황이 악화일로를 겪으며 기업이 존폐위기에 빠질 정도라면, 혹은 그에 준하는 위기와 직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근이라는 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한 장치도 한순간 사치가 된다. 기업은 위기를 직감하면 맹수가 되는 법이다. 당장 몰락의 시기가 오지 않아도 조직은 긴장하고,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위기가 닥치는 순간 진짜 모습을 확인하는 법이다.

▲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서로의 호흡을 나눈다는 것

기업의 조직문화가 확실한 파괴력을 창출해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려면, 혹은 위기 순간에도 확실한 가치창출을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추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당근의 핵심인 유대관계다. 기업과의 유대감과 조직 내부의 유대감. 우리는 이를 조직력이라고 부른다.

조직력을 확실하게 가다듬고 강하게 구축하려면 기업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당연히 소통이 필요하다. 직원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이를 조직의 비전으로 수렴하려는 행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과 조직력은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기순간이 닥친다고 부랴부랴 조직력을 주문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따를 직원도 없다.

일상적인 호흡의 나눔이 절실하다. 단순히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공적인 협력에만 익숙한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성향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나눔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직원들의 호흡을 나누고 합을 제대로 맞추게 하려면 당연히 트레이닝이 필요한 법이다. 다양한 성과공유와 업무 협업툴의 구축을 비롯해 생산성 측면의 전략을 짜면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접근이다. 기업의 존재목적인 생산성이 아니라, 순수하게 직원들의 호흡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직원들을 위해 ‘리프레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장의 생산성은 떨어져도 직원이나 팀원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거나 아예 MT를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당근에 생산성, 즉 조직의 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서 직원들은 서로를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되며 자연스럽게 조직력을 키울 수 있다. 일반적인 워크숍과는 다른 개념이다.

최근 각 기업들이 사내 동아리, 혹은 동호회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이유다. 심지어 기업에서 금전적인 지원까지 불사하며 이러한 활동을 추구하는 이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왜 직원들의 디제잉 동호회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외부에 자랑까지 할까? 왜 활동을 권장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외연을 키우라고 재촉하는 것일까? 직원들의 시너지와 호흡의 나눔이다. 생산성과 전혀 관련이 없는 취미활동을 통해 직원들의 사이를 더욱 좁히는 한편, 궁극적으로 조직력의 응집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 즐거운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소속감과 만족감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사내 동호회 활동은 자연스럽게 동호회에 대한 소속감을 비롯해, 기업에 대한 소속감으로 이어진다. 만약 기업에서 뚜렷한 소속감을 발견하지 못해도, 오히려 동아리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이를 기업으로 확장하는 사례도 나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기업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하며, 이러한 감정의 연장을 거듭하는 장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 전체의 만족감이라는 형태로 창출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면 소속 기업의 비전과 정체성을 내외부적으로 더욱 공고히 할 여지도 생긴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위해 모인 집단이지만, 사회공헌 등 다양한 사회적 책무도 요구받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사내 봉사활동 동호회 등은 현대의 기업이 추구하는 다양한 비전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이자, 스스로를 다독이는 안전장치가 될 여지도 있다.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 중 ‘당근’이라는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워라밸을 논하며 기업과 사생활을 분리하고 있지만, 취미라는 사생활이 기업과 연결되고 이와 관련한 시간과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면 어떨까. 조직에 속한다는 순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해피컴퍼니의 발현이자, <이코노믹리뷰>가 말하고자 하는 최고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