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투자공학 분야 핵심인력이 미래에셋대우에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ELS 등 금융공학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자산관리시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 인수로 IB부문을 강화했다. 딜소싱(deal-Sourcing) 능력을 확보한 만큼 파생결합상품에 주력해 IB와 자산관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김성락 투자금융본부장과 김연추 투자공학부 차장이 미래에셋대우로 이직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보다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ELS, ETN 등 파생결합상품 개발과 투자를 주도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 인물들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김성락 본부장은 사표 수리가 완료됐다. 김연추 차장은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자사) 입사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김 본부장과 김 차장이 거처를 확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미래에셋대우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표 제출이 확인되면서 이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공학, 투자 대중화 선봉장

일명 ‘퀀트’(quant)라 불리는 금융공학 전문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분석한다. 투자업계 내에서도 가장 몸값이 높은 직종이다.

금융공학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앞서 LTCM의 파산도 부정적 인식을 남겼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전에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분석이 어렵다는 단점을 드러낸 사례다.

그러나 금융공학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거래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주가연계증권(ELS)이다. 기초자산인 주식에 옵션 등 파생상품을 결합해 만든 것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접하기 어려운 ‘파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파생연계증권(DLS)은 주식 외에 유가 등을 기초로 해 투자 영역을 넓힌 상품이다.

ELS·DLS를 중심으로 한 파생결합상품 시장은 국내 기준 100조원을 넘는다. 주식·채권 등 여타 자본시장과 비교해 현저히 작은 규모지만 성장성만큼은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 설계는 필수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B는 딜소싱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투자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핵심이자 기본”이라며 “투자 대상을 대중화시키려면 금융공학 등 상품화하는 기술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소싱이나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 등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IB와 자산관리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언급했다. IB 강자인 대우증권을 인수한 후 금융공학 인력 확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미래에셋대우 실적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3분기 순이익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규모 대비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트레이딩 부문이 전년동기 대비 급감(941억원→150억원)한 탓이 컸다. ELS·DLS 등 파생결합상품 발행과 상환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파생결합상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수수료다. 펀드 판매 시 수수료는 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파생결합상품은 1%를 넘는다. 이 시장을 장악하면 ‘자산관리명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