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과포화 상태에 이른 편의점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규제가 약 18년 만에 다시 시행된다. 공정거래위는 지난달 30일 열린 소회의를 통해 업계가 제안한 편의점 자율규약의 출점거리 제한 방안을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간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려 온 편의점의 출점 속도도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여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공정위에서 승인된 안은 지에스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 씨스페이시스(C·Space) 등 국내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이 속해있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제안한 내용이다. 신세계의 이마트24는 협회 회원사는 아니지만,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번 자율 규약에 동참했다. 자율규약으로 인한 제한에 영향을 받는 편의점은 약 3만8000개로 이는 약 4만개인 우리나라 전역 편의점의 96%다. 

규정은 편의점 브랜드를 막론하고 이미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는 곳의 반경 50~100m에는 편의점의 추가 출점을 제한한다. 단순히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의 브랜드가 바뀌는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각 가맹본사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규약에는 가맹 본사가 편의점 운영주들의 영업시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가맹계약 해지 시 영업위약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내용과 관련된 조항은 가맹거래법 33조와 35조에 근거해있기 때문에 가맹본사가 위반할 경우 공정위는 시정 명령이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가 의견을 모은 제안임에도 규제의 실행에 대해서는 제각각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율규약은 지나친 출점 경쟁으로 과포화된 편의점들의 확장에 가맹 본사와 점주들 모두가 여러 가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경제 체제의 자연스러운 경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정부의 규제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편의점 출점거리 제한은 과거 한 차례 실행됐다가 업계의 불만으로 공정위에 의해 한 차례 철회된 적이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추가 출점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가맹 본사들의 수익성 감소와 더불어 시장 진입이 어려워져 점점 폐쇄적인 영역이 되는 것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일 열린 자율규약 선포식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편의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업계에서 스스로 마련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규약을 충실히 실천한 가맹본부가 상생협약 이행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견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대외여건 악화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은 편의점들이 고심 끝에 자체 규약을 만들어 규제를 받는 방안을 선택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임과 동시에 예상되는 문제들이 있어 업계는 자신들이 제안한 규약임에도 뭔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과연, 이 규제는 모두의 바람대로 편의점 업계의 운영 어려움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자율규약 적용으로 편의점 업계에 일어날 변화에 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