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90일이라는 휴전기간에 돌입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투명성도 일부 해소되는 분위기다. 두 슈퍼파워의 남은 협상에 따라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글로벌 경제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 지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에 노출된 한국, 그중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아이템인 반도체를 쥔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특히 내년 삼성전자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인사는 보수적일 듯...반도체는?

삼성전자는 인사에 돌입해 조직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첫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높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이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경영진을 유임시키는 선에서 소폭의 임원교체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의 둔화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조직에 안정감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현재의 지표는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문제는 미래다.

현재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경우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매출이 277억5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197억8900만달러보다 40.2% 증가했으며 삼성전자는 43.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161억4100만달러의 점유율을 기록해 두 회사의 점유율 합은 72%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도 3분기 40.8%의 점유율을 기록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42억달러를 반도체 시설투자에 투자하는 한편, 경기도 화성에 EUV라인과 평택에 2개 메모리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시안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화성은 2019년 완공 계획이며 60억달러를 투자한다. 평택도 2019년 완공 계획이며 시안은 총 70억달러를 투입한다.

관건은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주기다. 엔터프라이즈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이 뚜렷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기준 D램 평균가격은 10월 대비 2.4%, 서버용은 2.9% 하락했으며 낸드플래시도 10월과 비교해 11월 5.9%나 하락했다. 아직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추구하는 한편 공격적인 한국 인재 영입에 나서는 대목도 부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성이다. 내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 11월 27일 반도체 시장 전망을 통해 반도체 시장이 올해 4780억달러에서 내년에 4901억달러로 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15.9%가 성장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시장의 위축이 시설확장을 위한 무리한 자금투자와 맞물릴 경우 피할 수 없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실적을 우려하는 이유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에 따른 업황악화는 피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하나만 보고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초연결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막강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략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다면, 이를 바탕으로 자체 반도체 생태계를 가동할 여지도 생긴다.

초연결 생태계 자체가 막강한 반도체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흔들려도 삼성전자는 충분히 ‘리스크 테이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시적인 수요 부진 현상이 내년 1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모바일에서 초연결 생태계로의 안정적인 흐름만 이어지면 의외의 반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성과가 나온다면 안전한 플랜B 전략도 확보 가능하다.

▲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생활가전...반등과 패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은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19%, 화웨이는 14%, 애플은 12%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유독 심해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에서 삼성전자는 26%의 점유율로 39%의 애플에 크게 뒤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샤오미에 ‘완전히’ 밀릴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27%인 샤오미에 밀리고 있다. 4분기에도 샤오미의 강세가 유력하다. 현지에 미 스토어 500개를 동시에 확충하는 등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에도 출시한 포코폰F1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때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밀려 지금은 톱 5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고동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도 아닌, 애플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75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3분기 출하량 7450만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도 지난 3분기와 같은 19.6%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3분기 3위였던 애플의 점유율은 12.4%에서 19.7%로 급등해 삼성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봤다. 트렌드포스는 “9월 신제품 3종을 출시한 애플이 구형 제품 가격 인하 등에 나서면서 4분기 생산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갤럭시 스스로의 한계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을 겪은 후 갤럭시S8을 통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극단적인 베젤리스 하드웨어 폼팩터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후 갤럭시 노트8, 갤럭시S9, 최근의 갤럭시 노트9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갤럭시 노트9의 경우 국내 출시 53일 만에 100만대 출고를 기록했으며 이는 갤럭시S9보다 빠르지만 전작인 갤럭시 노트8과 비교하면 다소 느리다. 갤럭시 노트8은 출시 48일 만에 100만대 출고 돌파를 이룬 바 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갤럭시A7에 갤럭시 사상 첫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는 한편 점유율 방어에 나서고, 5G 정국과 맞물리는 내년 초 100만대 수준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 공개된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처=갈무리

일각에서는 인피니티 O로 무장한 갤럭시S10 등 무려 4개의 라인업이 내년 초 동시에 출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2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10이 6.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5G가 지원되는 한편 6개의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보도했다. 카메라는 후면에 4개, 전면에 2개가 유력하다. 다만 5G 지원은 전 단말기에 탑재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모델에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10 최상위 라인업은 코드명 비욘드 X로 알려졌다. 총 3개의 라인업이 등장하는 가운데 내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9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폴더블 스마트폰 비전은 일부 공개됐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11월 8일 삼성 개발자 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년 상반기 무조건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면서 “최소 1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 신화의 내년 부활을 알릴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다. 7일 개발자 회의를 통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저스틴 데니슨 상무는 연설과 함께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냈다.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며 펼치면 7.4인치다. 데니슨 상무가 양복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낸 것은, 그만큼 단말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데니슨 상무는 이 제품을 인피니트 플렉스 디스플레이로 불렀다.

지엽적인 갤럭시S 전략이 나오는 한편, 인도 등 전략 거점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장면도 고무적이다. 이러한 전략에 소프트웨어 기술의 정수인 인공지능 전략 등이 제대로 구동되면 내년 갤럭시의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망은 중소형 OLED 중심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전부문은 백색가전의 명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의류관리기와 건조기 등 새로운 생활가전을 대거 공개하는 한편 QLED TV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전자 세탁기와 그랑데 건조기 16kg제품(오른쪽).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의 3분기 CE부문 영업이익률은 5.5%로 조금씩 올라오는 중이다.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수익을 남기는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B2B 시장 공략에도 힘이 실리면 내년 CE부문의 비약적인 성장도 가능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