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오락가락 번복하며 논란을 키워 국민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번복되는 조사 결과에 국민들의 식약처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입은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보상제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 책임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식약처는 종합식품기업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육됐다고 발표했다. 일명 런천미트 세균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은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식약처는 런천미트 사태를 ‘원인불명’으로 결론 내렸다. 세균발육 부적합으로 리콜 조치된 대상 청정원 런천미트가 검사기관의 실험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검사기관에 대한 점검을 했다. 시험 검사 결과 영향을 미칠 만한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식약처의 결론이다.

▲ 생산과 판매를 재개한 청정원 캔햄 제품.

식약처가 사실상 제조업체의 잘못이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제조업체의 누명은 벗겨졌다. 그러나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상은 이번 사태로 19만5000캔이 환불 접수돼 보상했다. 천안공장은 39일간 멈춰서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기업 이미지 훼손까지 하면 대상의 피해액은 수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잘못이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이번 사태로 입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찐 담배) 유해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식약처가 찐 담배 속 유해성분을 자체 분석한 결과 ‘타르’를 확대 해석하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고 있어서다.

담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 발표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했다. 식약처의 발표로 흡연자와 주위 사람들이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운 대체 제품의 사용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어 명확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게 소송 이유다.

앞서 식약처는 일반 담배 타르가 0.1㎎~8.0㎎ 검출되는 반면 BAT의 글로는 4.8㎎, KT&G의 릴은 9.1㎎,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는 가장 높은 9.3㎎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타르는 화학물질의 복합체로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타르 성분에 대해서는 어떤 유해성분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지난해에는 뒷북 논란이 잇달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서 ‘릴리안’(깨끗한나라 제조) 생리대를 쓰고 피부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험담이 퍼지고 이어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독성(휘발성유기화합물·VOCs)시험 결과를 내놨지만 식약처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비판 여론이 일자 논란이 된 제품만 조사한다고 했다가 3년간 유통된 생리대를 전수 조사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뿐만 아니다 ‘살충제 계란’부터 ‘라돈 침대’, ‘발암 고혈압약’ 등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경고성 발언 등 질타가 쏟아졌지만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는 계속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오락가락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며 “올바른 대응 매뉴얼 부재로 국민에게 혼란과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의 섣부른 발표로 피해를 본 사례는 부지기수다. 2009년 소위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만두 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지만, 법원은 결국 ‘무해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5년 사회적 논란을 낳았던 ‘가짜 백수오’ 사건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기업과 백수오 재배 농가들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