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닥스(DAKS), 헤지스(HAZZYS)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전문업체 LF가 최근 국내 3위 규모의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했다. 부동산 업계에 본격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본업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 의류전문업체인 LF는 닥스(DAKS), 헤지스(HAZZYS), 라퓨마(LAFUMA), TNGT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사진=LF 홈페이지

통상 유통업은 부동산업과 비교된다. 입지에 따라 흥망성쇠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LF의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 불황, 높아진 경쟁강도 등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산업은 내수경기 위축 및 한한령 등에 의해 오랜 한파를 겪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섬유패션산업 생산지표는 5.5%포인트 감소, 출하지표는 3.9%포인트 감소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섬유패션산업의 생산과 출하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 가동률은 4.9% 감소한 반면, 재고는 1.3%늘어났다.

LF는 최근 부동산신탁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했다. 본업인 패션산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풀이된다.

LF는 지난해 음식료업에도 1200억원 규모의 금액을 출자했다. 이 역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자회사인 LF푸드는 지난해 1월 수제맥주 브루독 등을 유통하는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INDULGE)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했다.

5월에는 일본 식자재 유통회사 모노링크를 300억원대에 인수했고, 9월에는 유럽 식자재기업 구르메F&B의 한국지사 지분 약 72%를 360억원에 매입했다. 10월에는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뷰티산업에도 진출, 올해 9월에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패션, 식품, 화장품 등은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로 모인다. 그러나 LF의 부동산업 진출은 업계 내에서도 다소 낯선 일이다.

일각에서는 LF가 패션업을 앞세워 1000억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으며 연결 기준 부채비율 28%, 차입금의존도 11% 등 재무안정성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음식료업도 흑자 전환했다.

▲ LF의 주요 재무 현황. 출처=한국신용평가

부동산업은 LF 기존 주력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다만, 과거 역량을 감안하면 성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LF의 부동산 신탁업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LF의 코람코 인수건에 대해 “사업위험확대 가능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LF가 새로 뛰어드는 부동산신탁업에 금융당국의 신규 업체 허용 등으로 NH농협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금융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초심자’인 LF가 경쟁기업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람코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람코의 차입부채는 2014년 말 250억원에서 2018년 6월 말 152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도 16.1%에서 33.3%로 늘었다. 부동산 업황의 저하가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재무부담은 높아진다.

▲ 코람코자산신탁의 주요 재무 현황. 출처=한국신용평가

유건 한국신용평가 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부동산신탁업 신규사업자에 대한 예비인가가 진행 중이고, 대형금융그룹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며 “향후 코람코의 사업지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업황 저하도 우려되는 중에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LF의 부동산업 진출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신용도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LF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