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소라 기자] 국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 대비 70% 가까이 저렴한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빠르게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회사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한창이다. 이들 업체들은 적어도 2종 이상의 블로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 개발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가 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허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 업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보다 상업화 성공확률이 높고, 오리지널 제품의 명성에 편승해 시장 안착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국산 바이오시밀러 성공신화로 대표되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3종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을 중심으로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램시마’는 이미 오리지널 제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 점유율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특화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자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속속

종근당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 상업화에 성공했다. 종근당의 첫 바이오시밀러 ‘네스벨’(CKD-11101)은 2세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복제 제품으로 이달 초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미 일본 후생노동성의 판매허가 심사를 받고 있어 국내 출시와 맞물려 조만간 한국(250억원)과 일본(5000억원) 시장을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FDA 허가에 들어가면 글로벌 3조원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밖에 종근당은 황반변성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CKD-701’(국내 임상 3상)을 개발 중이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 이상으로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질환으로 주로 유전이나 노화에 의해 발병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 급격한 고령화로 10년 안에 시장 규모가 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바이오 계열사 동아에스티도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DA-3880’로 일본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내년 3분기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판을 위한 유럽 임상 3상도 준비 중이다. 임상 3상은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개발의 마지막 단계다.

이외에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류코스팀’(인도네시아 임상 3상), 만성신부전 환자용 빈혈치료제 ‘에포론’(터키 임상 3상) 등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각종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막바지에 다다랐다.

CJ헬스케어도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J-40001’(국내 임상 3상)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이미 일본 YL바이오로직스와 중국 제약사 NCPC에 기술수출됐다.

대기업 계열 바이오사 블록버스터 제품에 집중

삼성 그룹의 바이오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암젠의 ‘엔브렐’(에피스 베네팔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얀센의 ‘레미케이드’(에피스 플릭사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애브비의 ‘휴미라’(에피스 임랄디), 유방암 치료제 로슈의 ‘허셉틴’(온트루잔트) 등 연간 매출만 각각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형 품목들에 집중하고 있다.

‘베네팔리’와 ‘플릭사비’는 올 3분기 누적기준 유럽 시장에서 매출 43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매출 4289억을 넘어선 수치다. 유럽 시장 후속 제품인 ‘임랄디’, ‘온트루잔트’가 안착하면 매출 성장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온트루잔트’, ‘임랄디’는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상업화 직전에 이른 품목도 다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장암 치료제 로슈의 ‘아바스틴’(에피스 SB8), 황반변성 치료제 노바티스의 ‘루센티스’(SB11) 등 두 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도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에타너셉트BS’로 올해 5월 일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일본 내 첫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로 자국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1위 제약사 아유미제약이 현지 판매를 맡고 있다. 일본 엔브렐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이외에도 ‘에타너셉트BS’ 상업화를 추진한 일본 모다치 제약사가 LG생명과학본부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판권을 가지고 한국과 일본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연매출 500억달러 글로벌 제약 화이자도 눈독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R&D플랫폼에 바이오시밀러 부문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회사는 ▲허셉틴(성분명:트라스트주맙) ▲리툭산/맙테라(성분명:리툭시맙) ▲휴미라(성분명:아달리무맙) ▲아바스틴(성분명:베바시주맙)▲뉴라스타(성분명:페그필그라스팀) 등 5개 바이오신약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 중 휴미라, 아바스틴, 리툭산은 임상 3상 단계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은 525억달러(한화 약 58조원)로 국내 제약산업 전체 규모인 20조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자체 바이오신약 엔브렐은 총 매출이 10조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항암제, 항생제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2016년 기준 휴미라(16억달러), 리툭산(8억달러), 아바스틴(6억달러), 허셉틴(6억달러) 등 연간 매출이 전 세계 10위권에 드는 초대형 품목들이다. 바이오시밀러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검색 엔진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10조원에 불과한 바이오시밀러 제품 시장은 오는 2021년 1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오리지널 제품이 확보하고 있는 매출까지 감안하면 수십조원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케미컬 합성신약 제네릭(복제약)을 팔아 돈을 번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국산 신약의 가능성을 열었다”며 “바이오 제품을 제네릭과 비교하기에는 개발방식이나 효용성 측면에서 매우 다르지만, 신약 대비 상업화 확률이 높고 시장 진입도 수월해 수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역시 바이오신약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