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버의 창업주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클라우드 키친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공유주방 비즈니스로 해석할 수 있으나 냉정하게 보면 차이가 나며, 일종의 배달 플랫폼을 연결해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그는 우버 지분 일부를 소프트뱅크에 넘겨 자금을 확보, 서울 내 빌딩 몇 곳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창업주가 국내에 클라우드 키친이라는 화두를 꺼낸 배경이다. 여기에는 배달앱 문화 활성화와 더불어 국내 요식업의 불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잡아낸 ‘본능’이 깔렸다는 평가다.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 출사표

공유주방은 낮은 임대료 등을 원하는 사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플랫폼이며, 최근에는 일종의 식품 인큐베이팅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심플프로젝트 컴퍼니의 위쿡이 대표적인 사례다. 배달의민족도 배민키친을 운영하며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클라우드 키친은 단순한 공유주방, 즉 주방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배달 플랫폼을 연결했다. 주방공간과 조리기구를 갖춰 제공하며, 음식이 완성되면 배달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배달통 등 일반 배달앱 플랫폼과 달라질 것이 없다.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도 클라우드 키친의 ‘커버리지’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거점이 핵심이지만, 더욱 온라인에 치우치며 일종의 라스트 마일 사용자 경험을 배달이라는 거대 생태계로 연결한 분위기다.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이 국내에서 시동을 걸면 필연적으로 우버이츠를 동원한 우버와 충돌하게 된다. 우버는 현재 국내에서 주력인 우버택시가 막힌 상태에서 우버 어시스턴트 등 파생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으며, 우버이츠를 통한 음식배달 플랫폼도 강하게 키우는 중이다.

야놀자와 협력하기도 한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야놀자 프랜차이즈 호텔 에이치에비뉴(H Avenue) 이대점, 역삼점 그리고 호텔야자(Hotel YAJA) 서초점 3개 지점에서 룸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11월에는 제휴점을 총 7개로 확대했다. 기존 3개 지점에 코텔 노량진역점·사당점, 호텔야자 신촌점·홍대점 등 4개 지점을 신규 추가했다. 해당 호텔 투숙객은 객실 내 룸서비스 메뉴판에 있는 각 지역의 메뉴를 우버이츠 앱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신규 회원을 위한 혜택도 강화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설명이다.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 로드맵이 뚜렷해지면 우버이츠와의 경쟁은 물론 기존 배달앱 업체, 나아가 관련 스타트업은 물론 대형 IT 플랫폼 업체와의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IT 플랫폼 기업들은 이커머스와 배달, 물류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 확보에 나서려는 행보에 적극적이다.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 출사표가 단순 공유주방의 개념을 넘어 전체 플랫폼 전투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가 탄생했다. 출처=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

트래비스 칼라닉의 후각

트래비스 칼라닉은 국내에서 클라우드 키친을 준비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은 배달앱 시장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키친이 배달앱은 아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배달앱과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 키친은 공유주방의 확장 개념이자 배달앱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비 배달 레스토랑의 사용자 경험까지 제공할 수 있고, 당연히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는 큰 도움이 된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배달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2013년에 비해 무려 13배 이상 몸집이 늘어난 상태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도 이 점에 착안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알지피코리아는 3일 사명을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로 변경하는 한편, 사명 변경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글로벌 배달음식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늘어나 2030년 415조원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배달앱 시장이 커지는데다 플레이어도 늘어나고 있으며, ICT 인프라 성숙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푸드테크 플랫폼의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이 한국을 차기 공략지로 선택한 이유다.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과 국내 외식업의 불황이 보여주는 연관관계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지난달 30일 전국 50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음식 서비스 인력수급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대비 ‘경영사정에 대해 매우 나빠졌다’고 응답한 곳은 27.3%, ‘약간 나빠졌다’는 곳 40.0%로 총 67.3%가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외식업의 종말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흥미로운 대목은 우버의 등장이다. 우버는 2000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했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탄생했다. 우버의 핵심가치는 강력한 플랫폼을 통한 온디맨드 전략이며, 이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수수료를 받는 모델로 여겨진다.

온디맨드는 곧 시장의 불황이 다가오는 순간, 즉 공급자가 어려움을 겪는 순간 강력한 플랫폼의 이름으로 탄생한다. 온디맨드의 정체성이 유휴자산을 나누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공유경제와는 거리가 멀고, 시장이 악화되며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매치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자 강력한 플랫폼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 모델이라는 점이 중요해진다.

국내 외식업의 불황과 함께 공급자인 외식업 종사자들이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다양한 공유주방 서비스가 등장하는 한편 우버이츠가 상륙하고, 무엇보다 우버를 창업했던 트래비스 칼라닉의 클라우드 키친이 출사표를 던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온디맨드 플랫폼은 시장의 악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연결점을 상실한 시장에서 독재적 플랫폼으로 활동하고, 그 중심에서 공급자에게는 경제적 효율성을 일부 부여한 후 장기적으로 수요자와 만날 수 있는 창구를 제한한다. 플랫폼의 최종 목표는 시장 독과점이며, 트래비스 칼라닉은 온디맨드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가장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비단 공유주방, 클라우드 키친, 배달앱의 이슈가 아니라 모든 온디맨드 플랫폼의 공통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