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무역분쟁 일지 [출처:NH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중 무역분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투자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을 뿐 기존 판도를 크게 바꿀 정도의 변화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의 상승은 기대되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을 통해 내년 1일로 예정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 인상 계획을 90일(3월 1일 이전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양국의 90일 이내 협상 완료 노력, 중국의 펜타닐 규제 강화·퀄컴 인수 재개 등에 합의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무역분쟁 격화 우려가 완화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시장 전반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협상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일 뿐 기존 판도를 크게 바꿀 정도의 변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험난한 협상이 예상되지만 우호적 대화가 이어지면서 관세부과 일정의 추가 연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3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양국간 입장차이가 단기간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무역수지 역조 완화를 넘어 지적재산권, 사이버 보안 등 경제정책 전반의 이슈들을 쟁점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중심으로 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하원이 민주당 우위로 전환돼 러시아 스캔들의 조사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논의가 부각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기반 강화를 위해 대중 무역정책을 공격적으로 대응할 소지가 있다.

글로벌IB 등은 조만간 미 상무부가 232조에 따른 자동차 부문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U와의 쌍무협상 결과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선택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업종 수익률 현황 [출처:NH투자증권]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미중 무역전쟁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시나리오는 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극적 협상보다는 협상을 위한 첫걸음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는 20개국 모두 공동 성명문에 서명했다. 올해 초 진행된 G7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이 공동서명했다. 11월에 개최된 APEC에서는 공동성명이 아예 채택되지 못했다.

이전과 달리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비난보다 현 상황에서 WTO의 문제점과 자유무역주의 체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공정함을 인정하는 문구들이 포함됐다.

중국은 농산품, 에너지, 산업재 등 미국 수입품 상당 규모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중국 IT시장 개방도 고려하기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7월 취소된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의 합병이 허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간 정상회담 결과는 중국 내부의 예상을 상회한 수준이며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라 주식시장 단기 반등 역시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관세 부과 중단은 2019년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시킬 것이란 진단이다.

▲ 코스피 대비 업종별 상대 수익률 [출처:NH투자증권]

업종별로보면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IT와 경기민감 업종인 비철금속 등 낙폭과대주의 반등이 기대된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결에 주력하고 있으며 과학기술판 설립 소식도 IT주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회담 결과 중 ‘90일’이라는 부분은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반등 폭이 중요하다. 중국 밸류체인에 속하는 만큼미중 무역전쟁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주식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이후부터 한국 주식시장은 중국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단기적으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섹터는 경기민감 수출주다. 소재·산업재, 중국 관련 소비주, IT가 해당된다. 이중 지난 3월 이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나타난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소재주는 2015년 이후 지켜왔던 밸류에이션 하단을 하회했다. 가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