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포함해서 지난 일주일간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했다. 특히 기획서 작성은 1인 기업가들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이번 기획서는 나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요소들이 많아 이를 정리해본다.

먼저 첫 번째로 인정할 것은 기획서는 말 그대로 계획, 즉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자고 누군가에게 제안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개로 ‘미지의 세계’라는 점과 ‘여행’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은 항상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안전한 땅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는 기존의 땅이 주는 적을지라도 익숙함과 편안함을 버려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 우리는 과거에 왜 이런 위험한 여행을 떠났을까?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의 주장으로, 때로는 다른 부족이나 자원 부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정든 땅을 버렸을 것이다. 때로는 덩치 큰 사냥감을 쫓아 거친 자연을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며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이 어려움에도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은 집단의 상상력이다. 글과 그림으로 이들은 소통하며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을 생생하게 그리면 그릴수록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집단의 힘도 커졌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기획서는 미지의 세계를 위한 집단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상상화다. 그렇다면 실제 기획서를 쓸 때 어떻게 하면 잘 써 내려갈지 보다는 어떤 근본적인 속성들을 짚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걸어온 길과 도착지점의 연결을 통해 믿음을 보여줄 것

믿음을 줄 것. 처음부터 여행을 떠나기 전엔 상호 간 믿음이 중요하다. 믿음 없이 익숙한 땅을 버리고 채집할 과일이 있는지, 사냥할 짐승이 있는지, 잡아 올릴 물고기가 있는지를 알 수 없는 땅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믿음을 줄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도착할 곳의 연결점을 가능한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미래의 불안을 압축하는 숫자를 보여 줄 것

숫자로 미래를 표현할 것. 이 상상화에는 꼭 숫자가 필요하다. 가보지 않은 땅에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알고, 난 그런 건 알 수 없다는 지도자는 아무리 카리스마가 넘쳐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믿음을 주기는 어렵다. 숫자의 마술에 놀아나서도 안 되지만 그래도 숫자는 정보를 압축한다. 숫자는 미래의 불안을 압축하는 놀라운 장치이기에 중요하다.

 

#완벽하지 않음을, 모자란 부분을 정확히 인정할 것

이 여행은 서로가 알고 있다. 휴양지를 다녀온 만족스러운 후기가 아니다. 어디를 어떻게 가서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놀았더니 더 없이 즐거웠음을 자랑하는 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위험과 어려움이 있지만 가야 한다는 소명과 절실함이 있는, 위험이 적지 않은 탐험에 가깝다. 따라서 더 위험한 곳과 덜 위험한 곳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 더 신뢰감이 있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음을, 모자란 부분을 정확히 알려준다. 또 어떤 자원이 부족한지를 알려주는 것은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것을 마련해가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된다.

 

#적은 수의 약속에 집중할 것. 그 약속의 근거를 제시할 것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고 멀다. 그런데 중간 중간 하겠다는 것도 많다. 가야 할 곳도 험난한데 도중에 벌이는 이벤트도 많다니… 이는 곧 함께 할 구성원들이 숙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정보가 과다해지는 것을 뜻한다.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아예 만들지 않고, 꼭 필요한 약속에 집중하며, 그 약속이 지켜지기 위한 조건들을 상세하게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심을 건강한 질문으로 생각할 것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미완성 지도를 보고 품는 의심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당연히 의심하고 그 의심을 건강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심은 좋은 질문이 되고, 좋은 질문은 힘든 모험을 헤쳐 나가는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모든 의심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의심을 없게 만드는 이빨이 나간 칼보다는 이롭다.

 

#지금보다 내일을 기대하게 할 것

이 모험의 끝에 기다리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 너무 뻔하지만 그런 상상화를 그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쓸데없는 약속으로 힘만 빠지게 하고 약속의 땅은 지금의 익숙한 보금자리보다 척박할 것 같다. 누가 이 모험을 떠나고 싶을까? 누군가와 어려운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면 우선 내일에 대한 기대를 함께 그려가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